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난 16일은 공교롭게도 현 회장의 시어머니 기일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 회장이 면담 하루 전인 15일 북측 관계자에게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으면 16일에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현 회장의 시어머니인 변중석 여사의 기일이어서 범 현대일가(家)가 모이는 날이다.

하지만 현 회장은 '기일 불참'이라는 강한 배수진을 치면서까지 북측을 압박해 면담을 일궈냈다는 이야기다. 한 대북 소식통은 "'(만나지 못하면) 시어머니 기일에 가지 않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에 김 위원장도 당황했던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의 지시로 16일 오전 중 극적으로 면담이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현 회장의 방북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의 동선을 파악해 보면 만나줄 의사가 별로 없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현 회장을 일단 불렀지만 남측의 '선물 보따리'가 별로 없다고 판단한 김 위원장은 현지 시찰 등의 핑계를 대며 의도적으로 면담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의 집념이 워낙 강한 데다,고 정주영 명예회장,고 정몽헌 회장 등으로 이어지는 현대가와의 인연과 의리를 감안해 결국 면담자리를 만들었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면담이 어디서 이뤄졌는지도 새삼 관심거리다. 이날 조선중앙TV의 보도화면 사진은 현 회장의 2007년 10월 면담과 최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면담 때 사진 뒷배경과 일치하지 않았다. 면담 장소가 평양이 아닐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원산 현지시찰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와 면담했을 수도 있고,현 회장이 원산으로 달려갔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