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는 의사소통의 수단임과 동시에 인상이나 이미지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은 "처음 만난 상대를 판단하는 요인에서 시각이 55%,청각이 38%를 차지하며 대화내용 등 나머지는 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의사소통에서 시각과 청각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이론으로 목소리만 좋아도 대화의 3분의 1 이상은 성공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엔 '목소리 성형'클리닉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이를 통해 탁하고,나이 들어 보이고,떨리는 음성 등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 고민을 해결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의 도움말로 '목소리를 바꾸는 마술'에 대해 알아본다.

◆목소리 성형의 원리는 성대 모양 교정=한국의 목소리 성형은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의료 선진국에서도 인정해주는 분야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목소리를 본인이 원하는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에 지장을 주거나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개선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목소리 성형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목소리는 목의 양쪽에 위치한 성대가 맞닿아 진동하면서 만들어지므로 이상이 생긴 성대를 치료하거나 절제 후 봉합술,보톡스 주사,보형물 삽입 등을 통해 성대 모양을 원래 또는 표준형으로 바꾸면 원하는 목소리를 얻을 수 있다.

◆거슬리는 목소리를 깨끗하게=갑자기 심하게 쉰 목소리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성대가 제 기능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수술이나 사고 후 신경이 손상돼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성대마비가 원인일 수 있는데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쉰 목소리와 함께 사레가 잘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 들어 목소리가 쉬고 거칠어졌다면 성대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위축되는 성대 노화(노인성 후두)일 수 있다. 노화로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근육이 점차 줄어드는 것처럼 성대도 점차 약해져 제대로 진동하지 못하는 것.또 나무를 긁듯이 거칠고 거슬리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성대에 상처나 홈이 파인 경우다.

이처럼 성대가 서로 접촉하지 못하거나,제대로 진동하지 못하거나,상처를 입은 경우 주사로 성대에 보형물을 채워주는 성대성형술로 목소리를 교정할 수 있다. 정밀하게 접촉되지 않아 진동할 수 없던 성대에 보형물을 채워 모양과 볼륨을 바꾸면 거슬리는 목소리가 한결 맑아진다.

◆다른 성(性)의 목소리를 원래대로=남자 목소리를 내는 여성,여자 목소리가 나는 남성 등도 음성 성형을 통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목소리의 성차는 음성의 높낮이에 좌우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성대의 길이가 길고 두껍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목소리를 내게 된다. 남성 목소리의 기본 주파수는 대략 100~150㎐,여성은 200~250㎐정도.성대의 길이는 여성이 평균 1.5~1.8㎝로 남성의 2.0~2.3㎝보다 짧다.

여성 목소리로 음성을 성형하려면 길고 굵은 남성의 성대를 절제,단축 또는 축소시켜 목소리 주파수를 올리면 된다. 수술 후 발성법을 교정해 음색을 바꾼다면 자연스런 여성의 목소리를 얻을 수 있다. 실제 예송이비인후과에서 이런 수술을 받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수술 전 평균 137.3㎐였던 목소리 톤이 수술 후 4개월 경과 후 211.5㎐로 74.2㎐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시절 호르몬 작용 이상이나 재생불량성 빈혈에 대한 호르몬치료로 남성 목소리를 갖게 된 여성이나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이 된다.

남성 목소리로의 음성성형도 어렵지 않다. 성대 근육에 보톡스를 주사해 마비시키거나,성대근육에 보형물을 삽입해 작은 성대를 크게 만들면 높은 음이 낮아진다.

이 밖에 과도하게 긴장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무의식적으로 떨리는 목소리도 교정할 수 있다. 이는 연축성발성장애일 가능성이 높은데 떨리는 목소리를 유발하는 성대근육에 보톡스를 주사,성대근육의 이상 움직임을 마비시켜 교정한다. 보톡스는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3~6개월마다 재주사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