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제약이 표적항암제로 개발 중인 'CWP231A'가 혁신성과 높은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도 포기한 Wnt(윈트) 수용체 억제 표적항암제를 제품화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동물을 대상으로한 전(前)임상시험에 최근 돌입했기 때문이다.

세포 간 신호전달체계의 조절과 관련한 표적항암제 연구 전문가인 랜달 문 미국 워싱턴대(시애틀) 의대 줄기세포연구소장(58 · 사진)은 최근 방한해 "Wnt 신호전달 경로가 발견된 지 26년이 지나도록 제넨텍이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는데 한국 업체가 가장 먼저 후보물질을 찾아낸 것은 정말 놀랍다(very surprising)"며 "이를 통해 한국의 제약사들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연구개발에 치중한다고 들었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동안 진행된 연구 결과,특히 면역세포 기능이 사라진 쥐에 암세포를 주사해 자라난 종양이 CWP231A 투여로 미소하게 줄어든 사진을 보고 감탄했으며 CWP231A는 암세포를 죽이면서 정상세포를 죽이지 않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극찬했다.

Wnt는 특정 암세포에서만 특이하게 과다 발현되는 베타카테닌(세포 간 신호전달 단백질의 일종)이 이동하는 경로이자 수용체로 대장암의 80~85%가 Wnt 신호전달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병한다. 급성골수성백혈병(61% 이상),폐암(75%),위암(40~60%),간암(78%),췌장암(39%),전립선암(36%),식도암(59%),유방암(13%),다발성골수종(75% 이상),난소암(27%) 등도 Wnt 신호전달이상에 의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제넨텍이 개발한 기존 Wnt 수용체 억제 표적항암제 신약후보물질은 wnt 신호전달경로 중 상부의 비특이적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독성이 컸으나 중외제약이 내놓은 CWP231A는 하부의 특이적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독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Wnt 수용체 관련 하위 돌연변위에 의한 암에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말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줄기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둥지(niche)가 줄기세포의 재생력을 좌우한다는 논문을 '스템셀(Stem Cells)'에 실어 북미계 학자들의 주장(Wnt가 줄기세포 재생 촉진)과 유럽계 학자들의 반박(Wnt가 줄기세포 재생 억제)을 정리했다. 즉 Wnt신호의 매개체인 베타카테닌이 조혈줄기세포를 직접 자극할 때에는 줄기세포 활성이 억제되지만,조혈줄기세포를 둘러싼 둥지를 자극할 때에는 줄기세포의 활성이 촉진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에 대해 배진건 중외제약 R&D총괄전무는"CWP231A는 베타카테닌의 세포핵 내 작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항암제로 암줄기세포의 Wnt는 차단하지만,혈구 생성에 중요한 조혈줄기세포의 Wnt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암세포 살상효과는 우수하고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중외는 최근 캐나다 LAB사와 CWP231A의 전(前)임상시험 진행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2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이어 내년 하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급성골수성백혈병(AML)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신청서(IND)를 제출하고 2014년까지 상품화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CWP231A가 시판되면 노바티스의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백혈병 환자에게 효과적인 대체신약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는 대장암 폐암 등으로 적응증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배 전무는 "세계 최초로 개발되는 Wnt차단 혁신 신약이라서 전임상시험 단계에서도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