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주국립대학 연구진은 키가 평균보다 5㎝ 정도 더 크면 연봉도 500파운드(약100만원) 더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키가 능력'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요즘은 '키짱' 시대다. 아무리 '몸짱''얼짱'이라도 키가 작으면 여러 면에서 불리한 시대가 온 셈이다. 키가 취업과 결혼,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다보니 부모들의 자녀 키 키우기에 관심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는 한국 학부모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올해 초 필자의 한의원에 중국 교통은행에 근무하는 중국인 아버지가 찾아왔다. 한국말은 한마디도 못하는 데도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와서 검사와 치료를 받고 갔다. 이 어린이는 변성기가 또래보다 빨리 찾아와서 성장이 조기에 멈춘 18세 남학생으로 최근 1년 동안 키가 전혀 자라지 않고 체중만 증가했다고 한다. 정밀검사 결과 성장판이 90% 닫혀 있어 비만치료와 함께 성장을 촉진하는 치료를 했다. 그랬더니 3개월 동안 1.8㎝가 성장했다.

그동안 성장판이 90% 이상 닫힌 경우엔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성장기가 완전히 끝나지만 않았다면 성장판의 상태와 뼈 나이 상태를 확인하고 키가 자라는 데 방해가 되는 환경조건이 무엇인지를 진단해 이를 개선하는 한약 · 영양 · 운동 등을 맞춤 처방하고 숙면과 스트레스 해소를 유도하면 미흡하나마 자신의 예측키보다 3~5㎝ 이상 클 수 있다.

필자가 개발한 키 성장 치료프로그램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적극 도입하기를 희망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32개 도시에 36개의 '박박사 성장센터'가 개설됐고 산둥중의학대학 제2부속병원에는 '한 · 중 박박사 청소년성장연구소'가 설립돼 중국 학생들의 2차 성징 발생 시기,성장률 등과 한 · 중 간 성장치료의 차이점을 연구하고 있다.

필자가 우연한 기회에 주한 베트남 대사와 점심식사를 같이하게 됐는데 대사는 식사 시간 내내 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정도로 아이들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를 계기로 서정한의원의 성장치료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알게 된 베트남 대사는 호찌민과 하노이에 성장클리닉을 개설하는 기회를 열어줬다. 중국과 베트남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이 프로그램이 수출돼 아시아 청소년의 키를 키우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기원 서정한의원 원장(서울 강남구 삼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