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노화를 몸 속의 진액(津液)이 말라가는 과정으로 본다. 동의보감에서도 "나이가 들면서 정(精)과 혈(血)이 마르게 된다"며 몸 속 진액이 고갈되면 탱탱하던 피부는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생기며 관절 역시 점차 뻑뻑해지고 굳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한의학은 환자의 몸 상태,원인과 증상,발병 부위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므로 퇴행성 관절염도 환자별 맞춤치료가 이뤄진다.

한방은 부족해진 몸 속의 진액을 보충해 유연하고 탄력있는 관절 상태를 만들어줌으로써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한다. 이 때 진액으로 간주되는 게 '교원질(콜라겐 등)'로 인대 힘줄 연골 뼈 피부 등 전신의 결합조직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핵심이 되는 처방이 '연골한약'이다. 녹각 우슬 홍화 별갑 등 뼈와 관절에 좋은 한약재를 모아 곰탕을 고듯 2~3일 푹 끓여 교원질을 추출,교제(膠劑)를 만들고 여기에 체질별로 맞춤처방된 약재와 함께 넣어 끓여서 만든 한방 관절 치료제다.

약재별로 사슴의 뿔인 녹각은 예부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없애줘 허리와 무릎의 관절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의 모양이 마치 소의 무릎처럼 생겼다 해서 쇠무릎 또는 우슬로 불리는 약재는 몸의 냉기와 습기를 없애고 허리와 무릎의 관절을 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홍화는 어혈을 없애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고 쿡쿡 쑤시는 관절 통증을 잠재워 준다. 민간에서는 뼈가 부러졌을 때 홍화씨 가루를 써왔다. 자라 등껍데기인 별갑은 굳은 것을 풀어주고 혈액이 잘 돌게 해 무릎이 부어 오르고 물이 차는 증상을 치료해준다.

교제는 고체와 액체의 중간으로 먹는 묵과 비슷한 촉감을 갖는다. 마모되고 손상된 관절을 회복시키고 주위 조직에 영양을 공급해 인대를 튼튼하게 하며 통증과 염증을 없애준다. 오랜 시간 달였기 때문에 쉽게 소화 · 흡수되고 관절염과 함께 골다공증을 개선할 수 있다. 동시에 피부탄력도 좋아지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골한약은 환자의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

먼저 '살찐 사람'은 과도한 체중 때문에 항상 관절에 무리가 가고 기(氣)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식은땀을 흘리며 피로를 호소하고 쉽게 지친다. 이런 경우에는 연골한약에 황기로 원기를 보강하면서 창출(당삽주)과 행인(살구씨) 등으로 불필요한 체지방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마른 사람'은 나이 들어 관절의 연조직들이 시든 나뭇잎처럼 마르고 굳어지는 경우다. 위장기능이 약해 소화가 잘되지 않으며 피부는 윤기가 없고 거칠다. 교제로 이뤄진 연골한약이 아주 잘 맞는 타입으로 이에 더불어 인삼으로 진액을 보충하고 백출과 진피 등으로 위장기능을 강화한다.

'열이 많은 사람'은 관절부위가 붉어지거나 열감을 호소하고 통증도 급성으로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소화가 잘되고 성격도 외향적이며 다혈질인 타입이다. 단삼 목단피 황금 등을 추가해 해열 진통 소종(消腫:종기를 없애는 것) 등의 효과를 얻는다.

'냉한 사람'은 평소 관절 상태가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해 관절이 차가운 날씨나 찬물에 닫으면 뻣뻣해지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타입은 우울해지기 쉬우며 소화기능도 약하므로 항상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연골한약에 몸을 데워주는 건강(마른 생강) 회향 목향 등을 배합해 관절의 냉기를 없애준다.

어깨나 손가락의 관절염에 의해 '상지가 아픈 사람'은 약성을 인체의 상부로 끌어 올려주는 향부자나 당귀 등을 같이 처방한다. 고관절 무릎 발목 등 '하지가 아픈 사람'은 약성을 인체의 하부로 내려주는 우슬 황백 등을 추가한다.

심우문 튼튼마디한의원 원장(서울 대치동)은 "환자의 체질과 허실(虛實) 연령 강약(强弱) 등을 감안해 연골한약을 맞춤 처방하고 벌침의 강력한 소염 · 진통 성분을 추출해 만든 봉약침을 놓으면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약 85%에서 증세가 호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관절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초기 환자는 1~2개월,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중기 정도의 환자들은 3~6개월가량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에서 통증과 불편을 느끼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 후엔 적절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으로 관절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