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최근 대구시로부터 '대구 공덕점'에 대해 개점 일시정지 권고를 받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최근 임대계약을 맺었을 뿐 현재 자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주인과 명도 변경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관계자는 "3개월 뒤에나 열 수 있을 텐데 상인단체가 어떻게 알고 사업조정을 신청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서울 중동부 슈퍼마켓협동조합은 롯데슈퍼 묵동점의 개점으로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중간 상인들로부터 묵동점이 오는 20일께 문을 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11일 사업조정 신청서를 냈지만 이미 10일 개점한 뒤였기 때문.조합 관계자는 "롯데슈퍼가 워낙 은밀히 진행해 낌새를 못 챘다"며 "사업조정을 피하려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개점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을 놓고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상인 간 첩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문을 연 점포는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중소기업청의 유권해석이 나온 이후부터다. 사업조정 신청 전에 점포를 열어야 하는 유통업체들이나,어떻게든 빨리 신청을 내 개점을 보류시켜야 하는 상인들이나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유통업체들은 중소 상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조용하게' 문을 열고 있다. 우선 개점 전에 전단지 배포,포스터 부착 등이 사라졌고 점포 공사를 할 때도 안내문을 걸지 않는다. 또 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 움직임을 파악해 개점 일정을 앞당기는 경우도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상품을 다 들여놓고 인력을 채용한 뒤 '일시정지 권고'를 받으면 손실이 더 크므로 마무리가 덜 된 상태에서 개점하는 점포도 있다"고 전했다.

중소 상인들은 최근 슈퍼마켓조합연합회의 '자율감시단'을 중심으로 SSM 출점 감시와 정보수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 48개 지방 조합별로 각각 10여명으로 구성된 감시단은 공사 중인 상가,매장이나 부동산 중개소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출점 정보를 캐고 있다.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법안(SSM 출점 등록제)이 시행되기 전에 최대한 점포를 늘리려는 유통업체들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