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류경제학과 '음울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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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계량화에 매달려 금융위기 초래… 한국 경제학계 뼈아픈 반성 안보여
주류경제학이'음울한 과학(dismal science)'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말은 160년 전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이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예측했던 맬서스의 경제학을 비판하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다. 요즘은 이 말이 신고전파의 주류경제학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미국적 전통의 주류경제학은 1990년대 중반 이른바 '신경제'를 거론하던 시기부터 돈을 풀어 조성된 붐을 환호하면서 호경기가 끝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낙관이 미국경제는 물론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를 들뜨게 만들었고 결국 세계경제를 위기의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주류경제학이 비판받아 마땅한 보다 근원적인 이유이다. 그것은 시장질서는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조건들은 '수요-공급의 저편(beyond demand and supply)'에 있는 법적,도덕적 또는 정치적 조건들이다. 이들에 대한 인식을 위해서는 역사 · 철학 · 법 · 심리학 등을 경제 분석에 도입해야 하는데,주류경제학은 그들을 경시하거나 무시해버렸다. 그 대신에 수리화와 계량화만을 강조했다. 그래서 수많은 석학들이 경제학의 이 같은 발전을 우려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독일의 학계이다. 지난 5월 83명의 저명한 대학교수들이 신고전파의 주류경제학이 대학교육 내용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 선언서를 발표했다.
형식적인 엄격성을 요구하는 방법은 현실경제는 물론 경제정책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그래서 경제제도는 물론 정치제도와 심리학 그리고 철학,역사를 중시하는 독일 전통의 질서경제학이 대학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의 경제학 전공 대학생들의 공개적인 호소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을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적 세계를 수리화하고 모형을 만드는'자폐적 경제학(autistic economics)'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를 자신들에게 강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쯤에서 우리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주류경제학이 '음울한 과학'이 된 이유는 자연과학을 이상으로 숭배해 이를 본받으려 하고,경제학을 아주 좁게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 철학과 역사,심리,법과 정치 등을 포함해 시장경제를 포괄적으로 생각하는 경제사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것은 오이켄-뢰프케 전통의'질서경제학파'와 미제스-하이에크 전통의 '오스트리아학파'가 학계에 점차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사상체계는 미국적인 주류경제학과는 달리 수학과 통계학이 아니라 확고한 철학적 토대와 풍부한 역사적 경험,그리고 법학,심리학을 대단히 중시하는 경제학적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두 패러다임이 우리의 흥미를 끌게 하는 것은 금융위기에 대한 이 두 학파의 설명과 예측 때문이다. 미국적 주류경제학이 경기부양책으로 낙관하고 자만할 때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돈에 의한 인위적 붐의 조성은 왜곡된 투자와 경제침체가 야기한다는 것을 집요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경고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적중했다.
문제는 한국학계다. 우리가 교육하는 경제학의 문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보다도 더 미국적인 주류경제학이 지배하는 한국의 경제학계가 통렬한 자기반성과 분발이 필요한 때임에도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태평하다.
민경국 < 강원대 교수ㆍ경제학 >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미국적 전통의 주류경제학은 1990년대 중반 이른바 '신경제'를 거론하던 시기부터 돈을 풀어 조성된 붐을 환호하면서 호경기가 끝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낙관이 미국경제는 물론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를 들뜨게 만들었고 결국 세계경제를 위기의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주류경제학이 비판받아 마땅한 보다 근원적인 이유이다. 그것은 시장질서는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조건들은 '수요-공급의 저편(beyond demand and supply)'에 있는 법적,도덕적 또는 정치적 조건들이다. 이들에 대한 인식을 위해서는 역사 · 철학 · 법 · 심리학 등을 경제 분석에 도입해야 하는데,주류경제학은 그들을 경시하거나 무시해버렸다. 그 대신에 수리화와 계량화만을 강조했다. 그래서 수많은 석학들이 경제학의 이 같은 발전을 우려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독일의 학계이다. 지난 5월 83명의 저명한 대학교수들이 신고전파의 주류경제학이 대학교육 내용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 선언서를 발표했다.
형식적인 엄격성을 요구하는 방법은 현실경제는 물론 경제정책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그래서 경제제도는 물론 정치제도와 심리학 그리고 철학,역사를 중시하는 독일 전통의 질서경제학이 대학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의 경제학 전공 대학생들의 공개적인 호소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을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적 세계를 수리화하고 모형을 만드는'자폐적 경제학(autistic economics)'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를 자신들에게 강요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쯤에서 우리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주류경제학이 '음울한 과학'이 된 이유는 자연과학을 이상으로 숭배해 이를 본받으려 하고,경제학을 아주 좁게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 철학과 역사,심리,법과 정치 등을 포함해 시장경제를 포괄적으로 생각하는 경제사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것은 오이켄-뢰프케 전통의'질서경제학파'와 미제스-하이에크 전통의 '오스트리아학파'가 학계에 점차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사상체계는 미국적인 주류경제학과는 달리 수학과 통계학이 아니라 확고한 철학적 토대와 풍부한 역사적 경험,그리고 법학,심리학을 대단히 중시하는 경제학적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두 패러다임이 우리의 흥미를 끌게 하는 것은 금융위기에 대한 이 두 학파의 설명과 예측 때문이다. 미국적 주류경제학이 경기부양책으로 낙관하고 자만할 때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돈에 의한 인위적 붐의 조성은 왜곡된 투자와 경제침체가 야기한다는 것을 집요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경고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적중했다.
문제는 한국학계다. 우리가 교육하는 경제학의 문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보다도 더 미국적인 주류경제학이 지배하는 한국의 경제학계가 통렬한 자기반성과 분발이 필요한 때임에도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태평하다.
민경국 < 강원대 교수ㆍ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