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호랑이 사냥꾼' 양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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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양용은의 골프 스타일은 단순하다. 거리 계산을 대충 한 후 거침없이 친다. 퍼팅을 할 때도 홀까지 몇 차례씩 오가며 신중하게 거리와 경사도를 재는 선수들과 달리 그냥 툭 미는 경우가 많다.
경기를 마치고 나서도 그날의 플레이 내용을 되새겨보지 않는다. 오늘 안맞았으면 내일 잘 맞겠지 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넘겨버린다. 골프클럽도 '아무거나' 쓴다. 미국투어에 진출하기 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기에 출전했을 때 사양이 비슷한 두 세트의 클럽을 구해 두 나라에 따로 놓고 쓸 정도였다. 다른 프로골퍼들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처럼 평상심을 갖고 경기에 나섰기 때문일까. 양용은이 2006년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타이거 우즈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투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즈와 맞대결을 벌인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최종라운드마다 붉은 색 셔츠를 입고 나와 신들린 듯한 플레이로 상대선수를 질리게 만드는 '우즈의 벽'을 두 차례나 뛰어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메이저대회 14승의 우즈가 최종라운드 선두로 경기를 시작해 역전패를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기록을 깨고 올린 승리여서 더욱 값지다. 이렇다 보니 양용은의 별명을 '바람의 아들'이 아닌 '호랑이 사냥꾼'으로 불러야 한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1972년 제주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제주시의 한 골프 연습장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며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허드렛일을 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동작을 눈으로 익히며 골프를 배웠다. 당시 연습장에는 조명시설이 없어 라이트를 끌어다 놓고 새벽까지 연습한 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단한 생활을 견뎌냈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것도 이 때의 경험 덕이라고 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우승은 단지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엄청난 부담감,상대선수와의 기싸움,팬 · 언론의 칭찬이나 비판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근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용은은 대회를 마친 뒤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자신의 경기에만 몰두한 것이 우승의 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경기를 마치고 나서도 그날의 플레이 내용을 되새겨보지 않는다. 오늘 안맞았으면 내일 잘 맞겠지 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넘겨버린다. 골프클럽도 '아무거나' 쓴다. 미국투어에 진출하기 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기에 출전했을 때 사양이 비슷한 두 세트의 클럽을 구해 두 나라에 따로 놓고 쓸 정도였다. 다른 프로골퍼들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처럼 평상심을 갖고 경기에 나섰기 때문일까. 양용은이 2006년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타이거 우즈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투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즈와 맞대결을 벌인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최종라운드마다 붉은 색 셔츠를 입고 나와 신들린 듯한 플레이로 상대선수를 질리게 만드는 '우즈의 벽'을 두 차례나 뛰어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메이저대회 14승의 우즈가 최종라운드 선두로 경기를 시작해 역전패를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기록을 깨고 올린 승리여서 더욱 값지다. 이렇다 보니 양용은의 별명을 '바람의 아들'이 아닌 '호랑이 사냥꾼'으로 불러야 한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1972년 제주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제주시의 한 골프 연습장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며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허드렛일을 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동작을 눈으로 익히며 골프를 배웠다. 당시 연습장에는 조명시설이 없어 라이트를 끌어다 놓고 새벽까지 연습한 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단한 생활을 견뎌냈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것도 이 때의 경험 덕이라고 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우승은 단지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엄청난 부담감,상대선수와의 기싸움,팬 · 언론의 칭찬이나 비판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근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용은은 대회를 마친 뒤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자신의 경기에만 몰두한 것이 우승의 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