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순환도로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데이트 코스다. 명동에서 소파길을 타고 올라가면 케이블카 출발지 인근에 시민들이 즐겨찾는 돈가스 설렁탕 이탈리안레스토랑 등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식당가 한가운데에 남산을 대표하는 외식 명소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촛불'과 한식당 '산채집'이 눈에 띈다. 두 식당을 운영하는 장경순(43) 강현영(41) 부부는 외식업계에서 소문난 억척 부부다.

"레스토랑 업계에서 '음식'만으론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맛은 기본이고 인테리어 등 분위기를 함께 팔아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 장 사장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선 서울의 레스토랑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은 국내 최초로 '프러포즈 카페'를 컨셉트로 내세워 이름이 알려졌다. 1978년 개업 후 허름한 양식당이던 '촛불'을 1990년 인수한 장 사장은 데이트족이 많은 남산의 지리적 이점에 착안,프러포즈하는 연인들을 집중 공략했다. 적벽돌과 오래된 목재로 리모델링해 아름다운 카페로 입소문이 나면서 촛불은 평일 저녁에도 예약을 안하면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연인들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돈을 모은 장 사장 부부는 2000년 매장 옆 가게도 인수해 토종 보리밥집으로 운영 중이다. 두 식당 종업원은 40명에 달하며,연간 매출은 20억원이 넘는다.

"촛불의 소망은 모든 연인들에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러브스토리를 선사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

올해로 문을 연 지 9년이 된 '산채집'도 남산을 대표하는 밥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보리 비빔밥을 대표 메뉴로 한 건강 식단을 내세워 남산을 찾은 국내 관광객은 물론 한국의 맛을 보려는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장 사장 부부는 레스토랑 업계에서 빈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했다. 전북대 운동권 출신인 장 사장은 대학 졸업 후 빈손으로 상경해 신문배달,공사장 인부 등을 거쳐 2평짜리 분식집으로 외식업계에 발을 디뎠다. 온갖 어려움을 겪고 기반을 잡은 장 사장에게 성공 비결을 묻자 "음식 품질이나 서비스가 제대로 나오려면 직원을 만족시켜야 한다"며 인력의 중요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촛불의 경우 롯데호텔 출신의 일류 셰프가 주방을 맡고 있으며,6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경우 한 달간 해외 연수 및 직원 학자금 지급 등 대기업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