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을 노리고 친자식처럼 길러준 양모(養母)를 청부 살해한 30대 남성이 범행 15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7일 청부업자를 동원해 양어머니 유모씨(70)를 살해하고 유산을 가로챈 혐의(강도살인)로 이모씨(3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씨의 청부를 받아 유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다른 혐의로 붙잡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모(31) · 전모(27)씨에 대해선 강도살인 혐의를 추가해 기소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작년 3월 양모인 유씨가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 주지 않겠다고 하자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인터넷 게시판에 '시키는 일은 다 해 주겠다'는 게시물을 올린 박씨 등과 접촉해 1억3000만원을 주고 양모 살해를 부탁한 혐의다. 돈을 받은 박씨 등은 작년 5월2일 새벽 4시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유씨 집에 침입,유씨를 비닐 랩으로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갓난아기 때 유씨에게 입양된 이씨는 대학 시절부터 사설 경마에 빠져 지내다 유씨로부터 "경마로 재산을 탕진하는 아들에게 유산을 줄 수는 없다. 유산은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양모 사망 후 보험금을 포함해 20억원가량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1년여 만에 15억5000여만원을 사설 경마장에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