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H1N1)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 소식에 백신업체 등 관련 제약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신종플루 백신생산을 준비 중인 녹십자가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인 14만4500원으로 치솟은 뒤 장중 출렁임 없이 그대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주말에 이어 이틀 연속 뜀박질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가볍게 경신했다. 녹십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홀딩스 역시 14.77% 오른 10만1000원을 기록,2007년 10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10만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의 복제약 개발을 추진 중인 씨티씨바이오가 1만1100원으로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것을 비롯해 중앙백신파루 제일바이오 대한뉴팜 등 코스닥 백신 관련주들도 일제히 상한가로 직행했다.

또 진단시약 전문업체인 에스디는 3만5500원으로 2.3% 상승했다. '타미플루'의 원료를 생산 · 공급하고 있는 유한양행은 한때 13% 가까이 치솟았지만 상대적으로 수혜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0.27% 상승한 18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진행속도가 느려지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신종플루가 사망자 발생으로 다시 부각되면서 바이오 및 제약주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국내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슈가 나올 때마다 관련주들의 출렁임이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확산에 따른 대표 수혜주로 녹십자와 에스디 유한양행을 꼽았다. 김나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치료 및 예방백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신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와 원료 생산업체인 유한양행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녹십자의 경우 지난 7월 화순에 백신공장을 준공하고 계절 독감백신 원료의 생산을 시작한 데다 이르면 오는 10월 임상실험을 마치고 11월부터 신종플루 백신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라며 신종플루 확산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제시했다. 또 에스디는 사망자 발생으로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확진하기 위해 신속진단키트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점에서 진단시약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이들 종목 외에 현재 백신 관련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아직은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주가 급등을 이용해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대한항공(-5.05%)과 아시아나항공(-3.91%) 하나투어(-10.07%) 등 항공 및 여행 관련주들은 신종플루 확산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 감소 우려로 급락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