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17일 남북 교류협력 사업 5개항에 전격 합의했다.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개성공단 운영,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현안들이 망라돼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으로 돌아가는 조치들을 담고 있다. 일단 남북 관계 해빙의 실마리는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 추석 이산가족 상봉

이산가족 상봉은 이번 합의안 중 가장 구체적이다. '올해 추석'이라는 시점과 '금강산에서'라는 장소까지 명시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올 추석 전이라도 실무 협상이 완료되면 조속히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2007년 11월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는 연간 대면 상봉 400명,분기별 화상 상봉 40가족,분기별 영상편지 교환 30가족 등이 합의된 바 있어 이에 대한 이행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일단 80대 이상 고령 이산가족 3만339명을 최우선 면담 대상자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문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지난해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당시 53세)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문제다. 북측은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며 그동안 남측이 요구한 진상 규명,재발 방지 등의 요구에 처음으로 답변을 내놓았다. 또 이번 합의에서는 높이 1639m의 금강산 최고봉인 내금강 비로봉 관광도 개시한다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여러 정황상 금강산 관광보다 개성관광을 먼저 시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통행 및 체류 문제 해결

남측 인원의 군사분계선(MDL) 통행 및 체류 제한을 핵심으로 한 북한의 '12 · 1 조치' 해제도 언급됐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의 입 · 출경을 오전 오후 3회로 제한했다. 금강산 지역 출입도 매주 화요일 하루만 가능했고 물자 반입도 제한됐다.

북한은 또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남측 근로자를 이전의 절반 수준인 880명 이하로 제한했다. 특히 북한은 올 3월9일에는 한 · 미 군사합동훈련 '키리졸브'를 이유로 남북 간 군 통신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세 차례 제한해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정치적 인질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개성공단 · 개성관광 사업 활성화

개성공단과 개성관광 사업의 활성화 부분도 눈에 띈다.

북한은 지난 4월 남북 당국 간 1차 접촉에서 주장한 토지임대료 · 북측 근로자 임금 인상 등 현실적으로 남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아산과 아태평화위의 이번 합의 이후에 개성공단 관련 회담이 재개될지도 주목거리다.

◆백두산 관광 개시

북한은 지지부진했던 백두산 관광에 대해서도 의지를 나타냈다. 백두산 관광은 2004년 7월 한국관광공사가 1단계 사업으로 삼지연공항 활주로 보수공사 등에 대해 협의를 시작하면서 가시화된 남북 교류사업이다. 하지만 백두산 관광은 대표적인 '대북 퍼주기' 사업이라는 감사원 지적을 받은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