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한.일 월드컵에 쏠렸던 2002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축구에 신경을 많이 써 주셨던 기억이 새롭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세 이하(U-20) 청소년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은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현직에 있었던 김 전 대통령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와 한국의 4강 신화 창조에 숨은 지원자였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진 직후인 1998년 2월 제15대 대통령에 오른 김 전 대통령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신축을 놓고 논란이 일던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짓도록 최종 결재했던 주인공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5월31일 자신이 건립을 지시했던 바로 그곳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월드컵 개막을 선언했다.

당시 월드컵을 `국운 융성'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겠다던 고인은 개막사를 통해 "축구 경기를 통해 세계인은 인종과 문화,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인류의 공동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다이내믹 코리아'도 체험해 달라.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의 새 시대가, 한일 양국간 우호 친선의 21세기가 열리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고인은 바쁜 일정을 쪼개 경기장을 찾아 태극전사들을 응원했고 대통령이 응원했던 경기에선 한국의 승리로 이어져 결국 16강 쾌거에 밑거름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이 멀리 부산 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해 관전했던 폴란드(6월4일)와 D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선 황선홍의 선제골과 유상철의 추가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찾았던 인천 문학경기장에서도 한국은 박지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조별리그 3차전 상대인 포르투갈(6월14일)을 1-0으로 물리쳐 감격스런 16강 진출 쾌거를 달성했다.

사상 첫 16강 진출에 고무된 김 전 대통령은 경기장 내 라커룸을 찾아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을 격려했다.

당시 대표팀 주장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김 전 대통령에게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쓴 선수들의 병역 특례를 건의했다.

고인은 그 자리에서 "축구 발전을 위해 중대 사안인 만큼 국방부 장관과 상의해 잘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대답했고 결국 태극전사들을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홍명보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 선수들이 큰 무대에 나가는 발판을 마련해달라는 의미로 건의를 드렸는데 결국 받아주셔서 감사를 드린다"며 김 전 대통령의 도움이 컸음을 인정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에 따른 병역 특례로 날개를 단 4강 주역 가운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알 힐랄), 설기현(풀럼) 등은 외국 무대에 진출해 한국 축구를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