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서쪽 유틀란트 반도 인근에는 삼소(Samso)섬이란 곳이 있다. 주민 4000여명에 불과한 이 조그만 섬이 에너지를 100% 자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시사철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와 태양전지판,바이오 에탄올의 원료로 쓰이는 노란 유채꽃밭 등은 이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본지가 연재하는 '그린 그로스 코리아(Green Growth Korea)' 시리즈 취재차 이달 초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우리나라도 이런 곳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17일 에너지관리공단이 내놓은 '울릉도,그린 아일랜드로 선포'라는 보도자료는 기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풍력 · 태양광 · 지열 등 신 · 재생 에너지를 통해 울릉도를 삼소섬과 비슷한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녹색혁명의 모범으로 꼽히는 삼소섬의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한다는 것은 녹색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만한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아쉬운 대목은 정작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소형 풍력을 단계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해 펠렛 보일러,태양광,태양열,지열 등 신 · 재생 에너지 시설과 축산 분뇨,폐기물 등 자연순환시스템을 차례로 도입해…(중략)…사업 타당성 검토와 기술 지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이 전부였다. 이런 보도자료에 흔히 있을 법한 조감도조차 없었다.

"풍력발전기는 몇 기나 설치하나?","태양광발전 규모는?" 등 기초적인 질문에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그저 의지를 표명했다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는 공단 관계자의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별다른 내용도 없이 거창하게 선포식을 가진 이유가 뭐냐"고 묻자 울릉군 측은 망설이다 "녹색 성장을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의 8 · 15 경축사 때문에 공단에서 일정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귀띔했다.

덴마크를 비롯한 선진국이 녹색 에너지의 강국이 된 비결은 선포식을 요란하게 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저력은 20~30년을 내다보고 한걸음,한걸음을 꾸준히 실천한 결과다. 공허한 말부터 앞세우는 전시 행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정선 산업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