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전문으로 미국 내 20위 은행인 CIT그룹이 17일 채권단과 부채 경감 협상에 성공하면서 파산 위기를 넘겼다.

CIT그룹은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10억달러 규모의 부채(변동금리부 채권)를 액면가 1달러당 87.5센트로 할인해 갚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채권단의 59.8%가 여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CIT그룹이 파산 위기를 넘기고 향후 구조조정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전했다. CIT는 17일 만기인 부채 상환방식을 놓고 채권단과 합의가 늦어져 지난달 채권단 및 사모펀드와 합의한 3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었다.

CIT는 이날 2분기에 16억200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7억3400만달러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특히 대출 손실이 3590만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870만달러)의 4배 수준으로 불었다. 이로써 CIT는 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누적 손실은 총 50억달러에 이른다. CIT는 지난달 채권단과 채무 경감 협상에 실패한 뒤 2분기 실적 발표를 미뤄왔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3일 CIT에 자본확충 및 재무건전성 개선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CIT의 파산을 피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직접 감독하겠다는 의도다. CIT는 28일까지 자본확충 계획을 FRB에 제출하고,신용리스크 관리 계획 및 구조조정 계획도 각각 10월 중순과 10월 말까지 보고해야 한다. CIT는 현재 항공기 · 철도차량 리스 사업부문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