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까지 주 · 야간 4시간 부분파업'(10일 6차 쟁의대책위원회 결의)→'17일엔 파업을 하지 않고 18일 회사측과 교섭을 시도하되 사측이 불응하면 부분파업'(12일 7차 쟁대위 결의)→'17일과 18일 부분파업'(14일 노사 본교섭 결렬 직후)

최근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가 조합원들에게 내린 파업지침이다. 불과 닷새 만에 입장이 세 번 바뀌었다. 기아차 노조는 결국 지난 14일의 지침대로 18일에도 전날에 이어 이틀째 주 · 야간 4시간 부분 파업을 강행했다.

부분 파업이 이어진 가운데 기아차는 이날 임금협상 사측 교섭위원 중 조남일 광주공장장(부사장) 등 3명에 대해 사표를 수리했다.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대해 책임을 묻고 향후 노사협상에서도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기아차 노사간 임금협상이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갈수록 꼬여가는 이유는 노조측이 파업지침을 수시로 번복하고 즉흥적인 '널뛰기 파업'을 하고 있는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가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의 무조건적인 도입을 주장하며 '일은 덜하고 돈은 더 받겠다'는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는 가운데 파업 지침마저 수시로 바꿔 교섭 일정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집행부의 잦은 파업지침 변경에 대해 일선 조합원들마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화성공장 소속 한 조합원은 개인명의의 유인물에서 "파업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현장조합원은 (집행부의) 눈에 보이지 않는가"라며 "무책임한 파업을 남발하고 현장 조직들도 대안없이 끝장 파업선동만 일삼는 행위들을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눈길은 결코 곱지 않다"고 비판했다.

기아차 노조는 작년까지만 해도 협상 초기엔 주 · 야간 2~4시간 정도의 부분파업을 벌였지만 올해는 본교섭 시작 후 두달여 만인 지난달 23일 전면 파업을 강행하는 등 초반부터 파업 강도를 높여왔다. 회사 관계자는 "내달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들이 선명성 경쟁을 하면서 집행부가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이례적으로 초반부터 집중 파업에 나선 것"이라며 "계파간 노 · 노 갈등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임금협상이 합리적으로 타결될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