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제조업 회복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 53.3을 기록,8개월 연속 상승했다. 영국도 같은 달 PMI가 50.8로 지난해 3월 이후 처음 50선을 돌파하는 등 아시아 유럽 할 것 없이 경기가 상승물결을 타고 있다. PMI가 50을 넘으면 확장국면을 뜻한다. 특히 이번 금융 위기의 발현지인 미국에서도 실업률이 진정되면서 경기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한국은행 역시 아직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올 하반기에는 플러스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2분기가 사실상 경기바닥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광공업 생산은 6개월 연속,소비와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 동향' 발표내용만 봐도 하반기 플러스 성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요즘 경기회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창업시장이다. 그동안 경기침체로 움츠러 들었던 창업활동이 최근 들어 부쩍 늘면서 창업시장에 파란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벤처거품이 꺼지고 구조조정 칼바람마저 불면서 그동안에는 치킨집 슈퍼마켓 등 생계형 창업이 주도해 왔지만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 전기 · 전자 · 정밀기기 등 기술(하이테크형)창업이 창업시장을 달구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에 문을 연 제조업체는 65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했다. 이 중 기술창업은 1740개로 전년동기 대비 50.1%나 급증했을 정도다. 특히 이 기간 교수 · 연구원 창업이 작년 한 해 동안의 창업 수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을 정도로 기술창업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렇듯 창업시장은 기술창업으로 이미 꽃망울을 피웠다. 앞으로 만개해 튼실한 열매를 맺도록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아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창투업계는 창업촉진과 기업성장에 걸림돌이 될 만한 제도를 찾아 개선하고 초기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및 투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현장을 찾아가 기업인들의 애로상항을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과 함께 '눈먼돈' 쯤으로 생각하는 정책자금이 기술력 있는 기업에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다 기술창업이 한층 더 촉발하도록,특히 민간 투자시장인 엔젤 투자시장을 키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 투자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시장보다는 제조기업 등 생산적인 시장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결국 초기 기업의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짝 열어 놔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투자자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다. 이는 엔젤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게 되고 엔젤자금이 초기 기업에 대출자금이 아닌 순투자 자금으로 흘러들어가 기술창업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엔젤투자조합을 결성하는 엔젤에 대해 투자자금의 일정 비율을 소득공제해줌으로써 엔젤 투자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10년 만에 살아난 기술창업 열기가 식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기술창업이야말로 최근의 실업난을 해소하고 10년 뒤의 한국경제를 신기술 강국으로 성장시킬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이계주 과학벤처중기부 차장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