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와 하남시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 통합을 본격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대엽 성남시장과 김황식 하남시장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두 지방자치단체의 통합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성남시(94만2000명,작년 말 기준)와 하남시(14만3000명)를 합치면 인구 108만5000명의 도시가 탄생한다. 판교신도시(8만7000명) 입주와 하남 보금자리 주택사업(4만명)이 완료되면 121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통합까지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역주민이나 의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데다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아서다.

◆광역시로 지정될까

성남시와 하남시는 광역시와 같은 혜택을 기대하고 통합을 추진 중이다. 도세를 내지 않고 도시계획권을 갖는다는 것 등이다. 정부가 230여개로 쪼개져 있는 시 · 군 · 구를 통합해 50~80개로 줄일 계획인 데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발적 통합에 대해 획기적 지원을 약속한 만큼 다양한 인센티브가 예상된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자체 도시계획권을 갖게 하거나 통합 추진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지자체가 통합하더라도 정부 직할의 광역시로 자동 승격되는 것은 아니다. 광역시 승격은 법률로 따로 정해야 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국회가 권한을 갖는다. 행정안전부도 이들의 통합과 광역시 승격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울산시의 경우 1997년 인구가 100만명이 넘었을 때 특별법을 통해 광역시로 지정됐다. 그러나 수원시는 인구가 100만명이 넘은 지 수년째이지만 관련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성남시와 하남시를 통합해 광역시로 지정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성남 주민들 동의할까

지자체를 통합하려면 주민투표,지방의회 동의,별도 입법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통합 당사자인 성남시 시민들과 의회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하남시와 접경지역 대부분이 군부대인 데다 하남시는 문화재 등과 관련한 규제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에서 분리해 분당시가 돼야 한다는 분당 주민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성남시 출신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통합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전했다. 성남시 출신 국회의원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고 정치권과 아무런 상의가 없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반대했다.

성남시와 생활권이 접해 있고 정서적으로도 통하는 광주시가 통합 논의에서 빠져 있어 시너지 측면에서 미지수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명칭 · 청사 위치,합의점 찾을까

통합시 명칭과 청사 위치도 간단치 않은 복병이다. 성남시는 인구수나 재정자립도 등의 비교우위를 내세워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지만 하남시가 양보만 하지는 않을 게 뻔하다. 경기개발연구원이 통합 논의가 일고 있는 31개 시 · 군 내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통합시 명칭을 양보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45.4%에 불과했다.

통합시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는 더 큰 난제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하남시민 45.7%가 시 명칭 변경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청사 위치는 57.7%가 타 지역에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남시민은 72.4%가 통합시 청사를 양보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