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부는 쏙 빠진 우리금융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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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KB지주 회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2004년부터 3년간 우리은행장(회장 겸임)으로 재직하던 당시 결정한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1조6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힌 책임을 묻겠다는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라 직무정지 징계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직무정지는 분식회계나 주가조작을 한 경우에 주로 내려지는 중징계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처분으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이 금융계 인사들의 얘기다.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도 황 회장을 중징계할 태세다.
공적자금 회수라는 기관의 목표상 예보의 결정에는 재산환수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고,민형사상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황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소송 외길로 보인다.
이번 결정을 지켜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황 회장에 대한 징계가 우리금융 부실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기보다는 '정치적 책임 묻기'가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년을 넘게 금융계와 정 · 관계에 걸쳐 수면 아래에서 갑론을박을 하면서 황 회장을 비난하거나 옹호했던 논리들이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승부가 가려지게 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이 스스로를 자승자박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 스스로 이번 결정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파생상품 투자로 우리은행의 자산이 급증하면서 부실이 잉태될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금감원의 직무유기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2007년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문제삼지 않았다. 감사원도 지난해 우리금융에 대한 공적자금 감사 때 황 회장의 투자실패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황 회장 재임 시절 우리금융 주가가 2만원이 넘었을 때 이를 적기에 처분하지 못한 정부의 판단 미스는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의 문제도 남는다.
물론 황 회장의 투자 실패와 정부의 직무태만을 등가(等價)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우리금융 부실을 전직 CEO 한 명에게만 묻는 것은 정부의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이심기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
공적자금 회수라는 기관의 목표상 예보의 결정에는 재산환수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고,민형사상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황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소송 외길로 보인다.
이번 결정을 지켜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황 회장에 대한 징계가 우리금융 부실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기보다는 '정치적 책임 묻기'가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년을 넘게 금융계와 정 · 관계에 걸쳐 수면 아래에서 갑론을박을 하면서 황 회장을 비난하거나 옹호했던 논리들이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승부가 가려지게 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이 스스로를 자승자박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 스스로 이번 결정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파생상품 투자로 우리은행의 자산이 급증하면서 부실이 잉태될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금감원의 직무유기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2007년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문제삼지 않았다. 감사원도 지난해 우리금융에 대한 공적자금 감사 때 황 회장의 투자실패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황 회장 재임 시절 우리금융 주가가 2만원이 넘었을 때 이를 적기에 처분하지 못한 정부의 판단 미스는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의 문제도 남는다.
물론 황 회장의 투자 실패와 정부의 직무태만을 등가(等價)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우리금융 부실을 전직 CEO 한 명에게만 묻는 것은 정부의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이심기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