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물 매매가 증시를 흔들고 있다.

중국의 유동성 환수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우려 등으로 현물(주식)시장의 수급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외국인 선물 매수 · 매도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연일 오르락내리락하며 크게 출렁이고 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고가와 저가의 차이가 30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전날은 이 차이가 46.99포인트나 됐다. 지난달 20일(33.38포인트) 이후 지수 일교차가 30포인트를 넘은 날이 없던 것에 비하면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날처럼 외국인이 현물을 사는 날은 헤지 성격의 선물을 대량 매도하고 반대로 이날처럼 현물을 팔 때는 선물을 대거 매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외국인을 제외하면 주식 매수세가 공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선물 매매가 프로그램 매수 · 매도를 불러 현물가격을 흔드는 '왝 더 독'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는 양상이어서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외국인 매수세가 일단락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뉴욕 증시가 추가로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외국인이 '사자'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코스피지수 하루 만에 반등


이날 코스피지수는 3.18포인트(0.21%) 오른 1550.24에 장을 마쳐 하루 만에 반등했다. 뉴욕증시가 급락한 영향으로 1534선까지 밀려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도세로 한때 이달 들어 최저 수준인 1530선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량 유입되며 상승 반전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5801억원(5764계약) 순매수해 현 · 선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를 개선시켜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자극했다.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를 합쳐 3854억원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왔다.

이같은 외국인의 선물 매수는 전날 6857억원을 순매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밖의 일이었다는 평가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 매매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 프로그램 매매가 큰 규모로 들고나면서 시장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전날은 코스피지수가 2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하는 등 지수가 급락하면서 외국인이 헤지 성격의 선물 매도세를 보였고,이날은 지수의 기술적 반등을 겨냥한 투기적 매수세가 들어왔다"고 풀이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외국인이 선물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안심하긴 어렵다"며 "단기 투기 성향의 외국인이 선물을 샀다,팔았다 하면서 당분간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 매도세가 잦아들더라도 프로그램이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매수기조는 여전히 유효 전망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2일 이후 나흘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 1511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 매도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기관이 펀드 환매 압력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데다 전날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화된 데 이어 이날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증시 수급이 더욱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하지만 외국인 매매가 미 증시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뉴욕 증시가 크게 빠지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사자'는 다시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증시 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의 입장 변화를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 기조가 변하지 않으면 증시가 기존 주도주인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특히 IT는 하반기에도 이익증가율이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증시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기전자업종지수는 1.69% 뛰어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이경수 팀장은 "이날 시장에서 IT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증시가 과열 부담을 해소하고 상승세를 회복하면 IT가 자동차와 함께 주도주로 활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