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독학으로 연마한 서예 탄탄한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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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구국…' 1500만원 경매 최고가
문화 예술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예에서도 일가를 이뤘다는 평가다. 독학으로 서예를 익혔던 그는 1980년대 가택연금 시절 화초 가꾸는 일과 함께 서예를 익히는 것이 큰 낙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즐겨쓰는 휘호는 주로 경천애인(敬天愛人),인내천(人乃天),실사구시(實事求是) 등이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에 머무르는 동안 김 전 대통령의 글씨는 서울 인사동 등 화랑가와 경매시장에서 수백만원에 거래됐다. 대통령 재직시에는 정신적 고향인 호남의 컬렉터 사이에서 그의 휘호를 소장하는 붐이 일어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미술품경매 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의 작품은 2003년 2월27일 서울옥션 경매에 '경천순민(敬天順民)'이 첫 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11점이 출품돼 10점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91%이며 대개 낙찰가는 250만~500만원 선.최고가는 2004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1980년작 '민주구국의 길'로 퇴임 후인 2004년 경매에 나와 1500만원에 낙찰됐다. 이 휘호는 1976년 3월1일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된 후 정치활동을 재개하던 때인 1980년 봄에 쓴 것.독재정권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국민주권을 쟁취한다는 구국선언의 신념이 필선에 담겨있다. 다음으로 사인여천(事人如天 · 550만원),언로폐색 흥망소계(言路閉塞 興亡所係 · 450만원),'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회복조국통일(410만원),대교약졸(大巧若拙 · 320만원) 등 순이다. 역대 대통령 휘호 중 최고가 낙찰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척과 전진'으로 2004년 서울옥션에서 6300만원에 낙찰됐다.
DJ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국정에 대한 구상을 담은 글씨를 주로 썼다. 당시 김광웅 중앙인사위원장 집무실에는 입현무방(立賢無方 · 인재를 등용하되 지역을 가리지 말라)이라는 친필 족자가 걸렸고,민주당 당사와 의원회관 곳곳에는 '새천년의 꿈'이라는 글씨를 볼 수 있었다.
다만 2001년에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이무영씨가 '國民(국민)의 警察(경찰)'이라고 쓴 김 전 대통령의 휘호를 전국 2800개 파출소에 내걸도록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보경 서울옥션 홍보팀장은 "DJ의 서예는 혼자 배운 만큼 작품 자체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만큼의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대신 단순한 멋과 소박함이 배어 나온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