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크고 작은 인연을 맺었던 해외 주요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이들은 모두 김 전 대통령을 “민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위대한 인물이자,평화와 통일위해 헌신한 인물”로 김 전 대통령의 삶을 높이 평가했다.김 전 대통령과 가졌던 인연을 회고하는 인사도 적지 않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용감한 민주화와 인권 투사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한다”고 밝혔다.오바마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역동적인 민주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정치운동을 일으키고 이끌어 오는데 목숨을 바쳤다”면서 “그의 조국에 대한 헌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칠줄 모르는 노력,자유를 위한 개인적인 희생은 고무적이며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 일본 도쿄에서 중앙정보부원들에게 납치당했을때 김 전 대통령의 생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은 중국 국가지도자 덩샤오핑,싱가포르 리콴유 총리와 함께 내가 지난 50년간 만난 가장 위대한 아시아인 3명 중 한명이었다”고 회고했다.그는“시간이 갈수록 그의 업적에 대한 평가와 명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국 여기자 석방과 관련)김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방북을 권유한 것으로 들었다”며 김 전 대통령이 최근까지도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음을 시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시절 주한 미국대사로 활동했던 토머스 허바드 전 미 대사는 “세계가 민주주의와 평화에 중대한 기여를 한 위대한 정치가를 잃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허바드 전 대사는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것은 물론 지난 2000년 북한 방문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였다”며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남북사이에‘피플 투 피플(people-to people)’대화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8일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했다.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빌 클린턴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용감하고 강력한 이상을 가진 지도자였다”며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후 나는 남.북한의 화해를 위해 그와 함께 일하는 영광을 누렸다”고 평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8일 김 전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특별한 투사였다면서 그의 숭고한 삶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유엔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사무총장이 큰 슬픔과 개인적 상실감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한국정부와 국민,유족에게 깊은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노르웨이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노벨위원회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고 주 노르웨이 한국대사관에 조화를 전달했다. 오슬로 평화인권센터,노벨평화센터 등 노벨평화상 관련 단체들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김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글을 머리글로 게시했다.노벨위원회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유족들에게 보낸 조전을 통해 “서거 소식은 말할 수 없는 슬픔”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새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바이든 부통령은 1980년대초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바이든 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김 전 대통령을 꼽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2001년 청와대로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한 바이든 부통령이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매고 있던 넥타이를 보고 “아주 좋다”고 하자 두 사람은 즉석에서 넥타이를 바꿔매기도 했다.당시 김 전 대통령이 건네준 넥타이에는 수프 국물이 묻어 있었지만,바이든 부통령은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행운의 상징물로 여겨 이후 한번도 세탁하지 않고 보관해왔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 생전 크고 작은 관계를 맺었던 일본인들도 서거 소식에 안타까워하면서 명복을 빌었다.1973년 김 전 대통령이 한국 자택에서 연금됐을 당시 구명 활동에 참가했던 작가 고나카 요타로씨는 “존경하는 정치인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김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광주항쟁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일본에서 사형집행 정지를 줄곧 요구해 온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온화한 미소 뒤에는 언제나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강력한 의지가 배어 있었다”고 회고했다.

워싱턴=김홍열/도쿄=차병석 특파원/김동욱 기자 com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