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증시 주도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확실한 장세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IT 및 자동차 관련주에 더욱 집중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연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특히 현대차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까지 뜀박질했다.

IT와 자동차의 상승세로 삼성과 LG 현대 · 기아차 등 주요 그룹의 시가총액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IT와 자동차가 주도주의 역할을 하는 한 시장의 상승흐름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현대차 10만원 시대 눈앞

19일 현대차는 4.25% 급등한 9만5600원에 장을 마쳤다. 한때 9만8300원까지 치솟아 2006년 1월3일(9만8900원)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2005년 12월14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10만500원)를 넘보고 있어 '10만원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 시가총액이 21조584억원으로 LG전자(20조2506억원)를 추월하며 시총 3위로 뛰어올랐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5년 말엔 미국 앨라배마 공장 가동과 NF쏘나타 그랜저TG 등의 신차 효과가 겹쳐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며 "지금도 YF쏘나타 출시를 앞두고 비슷한 강세국면이 재연될 조짐"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2005년 말엔 여러 호재들이 마무리 단계였지만 현재는 시작단계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중국 시장의 판매실적이 너무 좋아 현대차 관계자들도 놀라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금호전기 등도 이날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하이닉스는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주요 IT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삼성과 LG그룹의 시가총액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66조원으로 줄어들었던 삼성전자 시총은 이날 108조원을 넘어서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이 13.45%로 8개월여 만에 2%포인트나 상승했다. 삼성그룹 전체 시총은 작년 말의 111조원에서 172조원으로 늘어나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2%에서 21.3%로 높아졌다. LG그룹 시총 역시 작년 말의 41조원에서 70조원으로 불어났다.

현대 · 기아차그룹의 경우 주요 그룹주들 중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크게 상승했다. 그룹 전체 시총이 지난해 말의 22조원에서 51조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해 3.8%에 불과했던 시가총액 비중이 6.3%로 뜀박질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이들 그룹의 시총은 118조원이나 늘었다. 이들 3개 그룹의 시총은 모두 293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36.4%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총 증가 규모(228조원)의 절반을 넘는다. 그만큼 증시 영향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애플보다 덜 올라

IT와 자동차는 실적 개선 추세가 가장 강하다는 점에 힘입어 계속해서 주도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증권정보제공 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현대차 기아차 등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증시에선 삼성전자의 7월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심리를 달구기도 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세가 강력한 IT와 자동차에 매수세가 몰리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펀드 환매로 투자 여력이 취약한 기관도 IT와 자동차는 안 팔고 있어 매물공백 상태"라고 말했다.

오현석 파트장은 "IT와 자동차의 실적 개선에 고무된 투자자들의 선택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올 2분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확인된 데 이어 하반기 실적 개선이 '쾌속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도 이에 맞춰 강세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시 저점이었던 3월 초에 비해 미국 애플은 주가가 81% 오른 반면 삼성전자는 58%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이는 외국인이 앞으로도 삼성전자를 꾸준히 선호할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