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발사가 전면 중지됐다.
19일 오후 5시 정각에 우주로 쏘아올려질 예정이었던 나로호는 카운트다운7분 56초를 남기고 하드웨어를 통제하는 자동 시퀀스에 작은 결함이 발견돼 발사 작업이 중지됐다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발표했다.

우주발사체 발사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출발한 우주 선진국에서도 실패와 도전의 역사를 겪었다. 아주 작은 실수나 결함 만으로도 발사체 발사는 실패할 수 있고 자칫 인명 피해까지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1957∼2003년 발사된 우주 발사체 198건의 비행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추진 시스템(Propulsion) 오류가 66.2%(131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발사체 상·하단 및 페어링(위성보호 덮개) 분리 불발 12.6%(25건), 비행 및 유도 제어 장치 등 항공 전자공학적 문제 10.7%(21건), 발사체 내부 구조 문제 4.5%(9건), 전기 연결 및 전력 공급 장치 이상 4.0%(8건), 낙뢰 등 기상 환경 및 통신 문제 2.0%(4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많은 우주 항공로켓 과학자들은 "우주 관련 기술들은 기계 공학과 화학공학, 물리학, 화학, 수학 등 모든 과학기술의 총합이기 때문에 한 나라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표"라며 "이 기술들의 어느 한 부분만 어긋나더라도 처참한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우주 발사체의 핵심인 추진 시스템은 액체 및 고체 엔진, 추력기, 동력 장치, 연소실, 노즐 및 노즐 밸브, 점화 장치, 연료 및 산화제, 연소실 내부 단열 장치 등 복잡하게 구성돼 있으며 그만큼 기술적 결함이 생길 개연성도 많다.

우주 로켓 발사 역사상 첫 실패는 과학기술 초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기록했다. 1957년 러시아(옛 소련)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닉호' 발사에 성공하자, 마음이 급한 미국은 2개월 뒤인 1957년 12월 6일 미국 최초의 위성 발사체인 뱅가드 로켓을 쏘아 올렸지만 1.5m도 이륙하지 못하고 발사 2초만에 폭발했다.

연소실의 고온 가스가 연료 주입구로 스며들어간 것이 원인이었다. 바로 추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 뱅가드 로켓은 59년까지 총 12번의 발사 시험에서 8차례나 실패했다.

우주 개발 강대국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2년 소유즈 11A511U 로켓은 연료 펌프 시스템의 과산화수소라인 오염에 의해 발사 29초만에 엔진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발사체가 발사장 주변에 추락하면서 폭발 잔해에 의해 경계를 서던 군인 1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발사체 구성 요소들이 제때 분리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실패 요인이다. 지난 4월 북한의 3단형 로켓 대포동 2호가 광명성 2호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한 것도 2, 3단 로켓의 단 분리 실패 탓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2단 로켓 연소 후 3단과 연결하는 볼트가 폭발하면서 끊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2·3단 로켓이 함께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5년 8월 5일 미국 델타II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우리나라 무궁화 1호 위성도 발사체 주엔진에 부착된 보조 로켓 중 하나가 제때 분리되지 않아 목표 궤도에 못 미쳤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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