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호주 사이에서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은 가까워질수록 관계가 멀어지는 '차이나 패러독스'를 여실히 보여준다.

호주 정부가 위구르의 망명 지도자인 레비야 카디르에게 멜버른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한 입국 비자를 내주자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지난 5일 허야페이 외교부 부부장의 호주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8일 중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차이나가 향후 20년간 500억호주달러(약 41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호주로부터 사들이는 계약을 맺으면서 중국 경제에 호주가 얼마나 중요한 파트너인지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호주 자원 사냥을 향한 중국의 거침없는 탐욕을 드러냈다.

딜레마는 바로 여기 있다. 호주와 같은 자유시장경제 국가들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을수록 공산주의 국가(중국)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마찰과 잡음은 더욱 증폭된다. 중국은 지난 5월 호주 정부가 "중국과 인도의 군비증강에 따라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해군병력 확충 등 대대적인 군비증강 계획을 발표하자 호주를 눈엣가시로 보기 시작했다. 6월엔 중국 국영 알루미늄업체인 차이날코가 호주 철광석업체인 리오틴토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좌초되자 스턴 후 등 리오틴토 직원 4명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이 호주에 분노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세계 원자재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은 호주 철광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값싸게 원자재를 들여오는 것이 중국의 지속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맹신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압박 때문에 중국과 호주 간 철광석 가격협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괴롭힘은 호주에 실제로 악영향을 끼쳤다. 리오틴토의 주가는 중국 언론이 리오틴토 직원들의 스파이 혐의를 앞다퉈 보도했을 때 3% 가까이 폭락했다. 호주의 수많은 비즈니스맨들은 리오틴토 사태 이후 중국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호주의 또다른 철광석업체인 포테스큐메탈그룹(FMG)은 최근 중국 측 요구대로 철광석 가격을 깎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호주는 중국의 협박외교 공세 속에서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호주는 중국이 자국의 상업 · 군사 · 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해 글로벌 질서를 무시하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행위를 중단하도록 맞서야 한다.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경제의 선도 국가들과 미국 호주 등 국제사회는 중국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제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국적을 떠나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과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중국이 인권존중과 자유로운 발언 등 투명성과 법적 질서를 존중할 때까지 국제적 공조를 통해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리=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

◇이 글은 앤드루 쉬어러 호주 시드니 로위 국제전략문제연구소장이 '차이나 패러독스'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