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흑자경영 눈길

경기침체로 연예·문화계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최근 '해운대' '국가대표' 등 국내 영화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최근 몇년간 연예계는 깊은 침체기를 겪으며 스타들의 몸값이나 드라마 출연료가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같은 시류에 매니지먼트사업에도 위기가 닥쳤다.

대형 스타를 보유한 매니지먼트사도 고물가로 지출이 늘어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중소업체는 문을 닫기 일쑤.

그러나 2005년 설립이후 4년 내리 경영흑자를 기록한 매니지먼트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2005년 마음맞는 사람 몇명이 모여 회사를 설립한 이후 갖은 고생을 하던 끝에 현재는 25명의 직원과 21명의 배우들을 거느린 탄탄한 매니지먼트사로 자리잡은 '심엔터테인먼트(이하 심엔터)'.

김윤석 문소리 백윤식 엄정화 엄태웅 서영희 유해진 서우 등 쟁쟁한 스타급 배우들을 거느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이름없는 조연배우들의 가능성을 점치고 아낌없는 투자를 해온 심정운 대표를 만나봤다.


"준비된 실력파 배우는 언젠가 꼭 빛을 본다"

가장 큰 비결은 심 대표의 혜안(慧眼).

심 대표는 김윤석의 연기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언젠가는 꼭 뜰 배우'로 점찍었다고 밝혔다.

또한 엄태웅에 대해서도 크게 성공하리란 확신이 있었다.

둘다 인간미가 넘치고 의리있는 스타일이라 주위사람들과의 유대관계가 좋으며 특히 배우로서의 자기관리에도 철저한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름없는 조연이었던 김윤석은 영화 '타짜'의 아귀에 이어 '추격자'의 전직 형사 역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흥행 배우로 자리잡았다.

6년간의 긴 무명시절을 심엔터에서 보낸 엄태웅도 국민드라마로 등극한 '선덕여왕'에서 김유신 역으로 호연을 펼치며 흥행성을 인정받고 있다.

"준비가 되어 있는 실력파 배우들은 언제 어떻게든 꼭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믿는 소신이야말로 심엔터의 강점이다.

"매니지먼트 일을 10년 하다보니 이제는 배우를 만나보면 대성하게 될지 느낌이 오더라구요"라고 말하는 심대표는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영희와 임정은 서우와 같은 배우들을 키워냈다.

최근 종영한 '결혼 못하는 남자' 여주인공이었던 엄정화는 공교롭게도 친동생인 엄태웅이 출연하는 '선덕여왕'의 위세에 눌려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러나 '문정'이라는 골드미스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비록 흥행하지는 못할지라도 무언가 배울점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면 심 대표와 배우들은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5년내 매니지먼트사업은 에이전트화 될 것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신인을 발굴해 데뷔시키는 일은 회사운영상 적잖은 부담이 된다. 그렇지만 심 대표는 연기지망생중 옥석을 가려 '가능성이 있는 배우'를 키워 스타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보람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심엔터에서는 매달 50명에 달하는 지원자들 오디션을 보고 '될성싶은 떡잎이다' 싶으면 1년여의 준비과정을 통해 데뷔시킨다.

매니지먼트의 기본은 탄탄한 자본력이 아니라 좋은 시나리오와 컨텐츠를 배우에게 조합시켜 그들이 가진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믿는 심대표는 돈독한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계약금 없이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과도한 계약금 지급으로 휘청거리는 사례를 많이 봐온 그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앞으로 5년내에 매니지먼트사업은 에이전트화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최근 故장자연 사건을 비롯 윤상현 동방신기 남규리 등의 연예인들이 소속사와 갈등을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밝힌 그는 "상호간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9 신인상도 우리에게 맡겨라"

2008년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탐나는도다'의 서우를 연기력과 의욕을 갖춘 보기드문 신인으로 꼽았다.

주차된 서우의 차량에서 우연히 발견한 드라마대본에서 심 대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대본은 빈공간이 없을 정도로 메모로 빼곡하고 얼마나 들여다봤던지 찢어질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던 것. 이같은 숨은 노력만이 스타가 되는 첩경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심엔터 사무실의 불은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는다.

엄정화는 차기작 스릴러 영화 '베스트셀러' 준비로 분주하고, 김윤석은 하정우와 추격자에 이어 '황해'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

미니시리즈 '위기일발 풍년빌라'를 통해 데뷔를 앞둔 강별은 심 대표의 최대 유망주.



"배우가 잘돼야 우리도 먹고산다"

그는 또한 허례허식을 버리고 내실경영을 하는 CEO로 유명하다.

스타급 배우들도 대형 밴이 아닌 국산SUV차량을 이용한다. 이에 불만을 가진 배우는 단 한명도 없다. 그에 따르는 수확이 되돌아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

또한 심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이른아침인 6시부터 테니스를 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그만큼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심대표의 지론이다. 함께 운동하며 다져진 팀워크는 심엔터의 자산 중 하나. 가족같은 회사 분위기는 더욱 시너지 효과를 재는 발판이 된다.

"배우가 있으니 우리 직원들이 존재할 수 있다. 앞으로 최대한 발전적인 모습으로 모두 윈-윈 할 수 있도록 바쁘게 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뉴스팀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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