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는 열을 올리면서 중소기업대출은 갈수록 소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부실 우려가 큰 중기대출보다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한 결과다.

2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7월 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438조8000억원으로 지난 6월 말에 비해 22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들어 은행들의 중기대출 순증 규모는 금융당국의 독려로 5월까지 매달 2조~3조원대를 유지하다가 6월에는 1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달에도 중기대출 순증액이 올해 월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1조원 미만으로 급락하면서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순증 규모는 1월 2조2000억원,2~4월 각각 3조3000억원,5월 2조9000억원으로 월 평균 3조원 수준을 유지하다 6월 3조8000억원,7월 3조7000억원으로 급격히 뛰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은행들의 중기대출 잔액은 16조3000억원 늘어난 데 비해 주택담보대출은 22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은행별로는 외환은행이 지난달 중기대출을 7400억원이나 축소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5000억원 이상 늘려 18개 은행 중 증가액 1위를 차지했다. SC제일,씨티 등 외국계 은행뿐만 아니라 하나 농협 등 국내은행들도 중기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최근 이들 은행 관계자를 불러 중기대출을 독려했지만 은행들은 부실채권 부담,중기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의 연장 불확실성 등을 들어 여전히 대출을 꺼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 선까지 낮추라고 주문한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중기대출 영업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강동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