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조각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완전하게 맞추기 위해 퍼즐 게임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은,생의 에너지는,결핍을 채우려는 불완전한 욕구로 허덕일 뿐이다. 그게 인생과 퍼즐 판의 차이다. '

소설가 권지예씨(49 · 사진)의 네 번째 소설집 《퍼즐》(민음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겐 '아귀 맞지 않은 욕망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들은 완벽하게 짜맞춘 퍼즐같은 인생을 갈구하지만,손아귀의 퍼즐 조각은 늘 몇 개씩 부족하다. 인생의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 증오심을 불태우기도 하고 불륜에 빠져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고 마는 여자들이다. 그들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욕망 때문에 무너지는 불쌍한 사랑 기계'라고 표현했다.

권씨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설 속 여성들의 인생관은 데카르트 식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씨가 그린 인물들은 욕심 많은 여자다. 평범한 삶에 만족할 줄 모르고 사랑을 통해 완벽한 인생을 구성해보려 들지만 늘 좌절을 맛본다.

<바람의 말>의 엄마는 사랑에 빠져 남편과 딸을 내팽개치고 도망치지만,애인은 또다른 젊은 여자에 빠져 엄마를 버린다. "나 또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산 세월이었다. 니가 어떻게 아니? 죽지도 못하는 고양이의 타 들어가는 발바닥을"이라고 엄마는 한탄한다. 권씨는 "삶에 대한 열정이 강하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완벽한 순간'을 동경하고 추구하지만,결국 좌절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실패는 사랑도 그 무엇도 영원할 수 없다는 삶의 비극성에서 나온다. <네비야,청산 가자>의 미수는 유부남과 열렬한 사랑에 빠지고,때맞춰(?) 그의 아내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식물인간이 된다. 하지만 8년이라는 오랜 세월은 아무리 강한 사랑도 부식시키는 법.유부남에게는 '빛바랠 대로 바랜 넝마 같은 열정과 아내에 대한 뒤늦은 죄책감'이 남았고,미수의 신세는 '군내 나는 신 김치'로 전락했다. 결혼을 통해 사랑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미수의 '소박한' 욕망은 세월 앞에서 처절하게 박살난다. 그리고 이들도 결국 인생을 완벽하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의 유부녀는 헌신적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지만,'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냐.내가 원하는 건,단지 열정이었어'라고 깨닫는다.

그러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면 좋으련만,이 완벽주의자들은 좀처럼 멈출 줄 모른다. 표제작 <퍼즐>의 '겉으론 수동적이고 무력한 표정이었지만 고양이의 발톱 같은 걸 숨기고 살았던' 여자는 타의로 아이 셋을 잃어야 했던 결핍된 삶을 완성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택한다.

권씨는 "이번 소설집은 다양한 욕망의 변주곡"이라면서 "욕망의 끝을 추적해보니 죽음이 나오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불완전한 삶에서 완전함을 추구하는 여자들은 그 자체로 충만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욕망이 허무하다는 걸 알면서도 욕망을 추구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욕망 없이 사는 건 식물인간이지 인간이 아닙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날카로운 여자들을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었죠."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