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 모(35)씨는 지난해 6월 코스피 지수가 1800선을 깨고 하락할 무렵 가지고 있던 투자금 1억원을 조선주들에 몽땅 투자했다. 2007년 조선주로 쏠쏠한 수익을 올렸던 터라 지수가 하락하자 저가 매수를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에 돌입하게 됐다.

그는 워렌버핏 같은 투자의 대가들이 장기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생각에 언젠가는 원금회복은 물론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나 다른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큰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속이 쓰리기만 하다. 자신은 아직 원금의 80% 가량 회복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 투자자의 사례지만 주도주 상승에 편승하지 못해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여전히 많다. 최근 장세가 주도주만 오르는 주도주 장세이기 때문이다.

21일에도 코스피 시장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2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28% 오른 1580.81로, 강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현대차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삼성전자도 75만원을 돌파, 사상 최고가에 근접하는 등 주도주 위주의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주도주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4년 8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POSCO(주가 상승률 380%)와 현대중공업(2060%)은 중국의 투자 붐과 맞물려 주가가 한 단계 레벨-업 된 대표적 케이스"라며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과열논란에 시달렸지만 기업실적 급증이 주가 상승을 사후적으로 설명하면서 논란 속에서도 경이적인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정 연구원은 "이제 그 바통을 IT, 자동차가 이어받을 차례"라며 "실제로 IT, 자동차의 주가 차별화는 비단 국내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 승자독식'의 달콤한 열매를 동력으로 글로벌 경쟁업체들과의 주가 차별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선진국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쳤고 한계기업의 퇴출로 연결됐다. 위기를 극복하며 내성이 강화된 국내 대표기업들에게는 이번 위기가 도약의 기회가 된 셈이다. 따라서 살아남은 자가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커지면서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IT, 자동차, 금융 등 주도주는 조정시 매수하고 조선, 기계, 철강 등은 반등시 매도 전략이 시장을 따라갈 수 있는 가장 심플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주도주로 관심을 줄이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일부 주도주의 부각과 반대편에서의 소외주 심화 현상은 무엇보다도 시장내 유동성이 크게 제약되어 있는 상황에서 야기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며 "유동성이 외국인 중심으로 한정되어있고 투신권은 교체매매 이외에 운신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전반에 걸쳐 온기가 확산되기는 어려운 게 현재 국내 증시가 처한 자금사정의 현실"이라며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핵심적인 우량 업종대표주로 관심영역을 압축시키는 선택과 집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