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이틀간 휴가를 냈다. 그만큼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버냉키 의장이 여전히 일주일에 7일을 일하지만 예전처럼 밤잠을 설치는 것 같지 않다며 그가 이달 초 이틀간 휴가도 내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고 20일 보도했다. 이어 그는 요즈음 가끔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도 있고,몇 주에 한 번 정도는 야구경기를 보러 갈 여유도 생겼다고 전했다.

NYT는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라는 폭풍우를 뚫고 나온 데는 버냉키 의장의 공이 크다고 평가했다. 버냉키가 금융권 구제금융,제로금리,긴급 자금대출 등 과감한 정책 수단을 동원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20~21일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FRB 연례회의에서도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들이 버냉키에게 '승리한 영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1월31일이 임기 만료인 그를 연임시키지 않는다면 월가와 워싱턴 정가가 깜짝 놀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NYT는 하지만 구제금융 지원 과정과 FRB의 권한 강화에 대해 버냉키와 FRB가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정치적 공세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버냉키 의장이 비상통화정책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고,금융감독시스템 개혁 과정에서 FRB의 위상을 확보해야 하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어 아직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