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은 지 1년 정도 됐다. 10년을 끊고도 다시 피우고 싶다는 게 담배라 하니 아직 성공 여부를 속단하긴 이르지만,정말이지 못 끊을 것 같던 담배를 용케 참아 내고 있다.

대학 3학년 말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으니 그리 일찍 시작한 편은 아니었다. 그때도 흡연의 해악에 대한 인식은 있었으나,지금처럼 기를 쓰고 말리는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성실하고 자기 관리를 비교적 잘하는 사람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레 담배를 배우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에도 대학생활 후반부까지는 피우지 않다가 세상 살아가는 고민 좀 한답시고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긴 했지만,많이 피울 때도 한 갑을 넘긴 적은 없을 정도로 비교적 얌전하게 피웠다. 그런데도 담배 맛을 즐겼던 탓인지,끊는다는 상상만으로도 다시는 담배를 못 피운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일련의 금단 증상이 나타날 정도였다.

이런 담배를 지난해 끊어 보겠다고 시도하게 된 것은 당시 고3 수험생이던 아들 때문이었다. 막내 딸은 아빠에게 너그러워서 담배 냄새 난다는 구박은 종종 했지만 집요하진 않았다. 그런데 전에도 몇 차례 금연을 강요하던 아들 녀석이 고3이 되면서 예민해지더니 그 빈도가 잦아졌다. 특히 부모가 자식 교육시키는 데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가 인생을 살면서 참고 견디고 극복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부류의 얘기들인데,이런 훈계를 할 때마다 녀석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런 의지로 아빠도 담배 끊어 보세요"라고 덧붙였다. 물론 나도 그 자리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논리가 있었다. "부모로서 자기가 못하는 것을 자식에게 가르치지도 못한다면 이 세상의 완벽하지 않은 수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야단 치고 가르칠 자격도 없다는 것이냐." 맞는 얘기이겠지만 담배 끊으라는 자식에게 갖다 붙이기에는 구차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지내 오던 8월 어느 날,'머리가 점점 커지는 이 녀석들한테 이제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세상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할 텐데,내가 담배를 끊지 못하면서 끈기나 자기극복,배려를 힘주어 얘기할 수 있을까. 더구나 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 아들의 진심 어린 걱정인데 이를 들어 주지 않는 것도 부모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맴돌던 차에 아들의 결정타 한마디,"아빠가 담배 끊으면 할아버지가 아주 많이 좋아지실 거라 믿고 한번 해 보세요. " 아빠의 건강만 내걸어서는 미끼로 약하다고 판단했는지,9년 전의 중풍 후유증으로 거동이 다소 불편하신 할아버지 건강까지 같이 엮어 놓는다.

1년 전 나의 금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우리 아들은 작년에 이런 걱정을 많이 해서인지 지금 재수를 하고 있다. 아들아,아빠 담배 끊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이번에는 꼭 원하는 데 합격해라.그런데 담배 얘기 하다 보니 담배가 생각난다.

박종욱 로얄&컴퍼니(옛로얄TOTO)대표 jwpark@iroy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