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중소기업의 자금지원을 위해 정책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잘하려면 전문성,책임성,수익성이 요구된다. 전문성은 정책금융을 평생 자기 일로 할 때 나온다. 책임성은 명확한 평가지표가 있고 결과에 따른 보상과 처벌이 규정돼 있어야 한다. 수익성은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이므로 공짜가 아니고 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CEO도 자기 일에 대한 능력을 나타내는 전문성,어떻게 평가 받는가 하는 책임성,어느 정도의 매출과 이익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수익성을 고려해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금융 관리에는 이것이 부족하다.

정책금융은 공무원들이 집행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조직 특성상 몇 년마다 직무이동이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개발되기 어렵고 정책금융과 관련해 해당 공무원을 평가하는 체계적인 평가지표도 없기 때문에 책임감도 약하다. 그리고 정책금융의 집행에서 수익성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자문을 받지만 전문가들도 해당업무에는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전문성,책임성,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 회사와 같은 민간 금융사에 맡기든지 아니면 과도기적으로 정책 금융을 담당하는 독립된 별도의 전문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으로 지원할 때도 단지 자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기술개발은 상업화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하고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도 단지 자금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경영진단,경영혁신,교육 및 훈련 등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자영업자의 실패 확률이 높은 것도 창업자금 지원만 하고 종합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ERP개발도 소프트웨어 전문회사가 들어와 ERP를 개발해 주고 가지만 정작 그 중소기업은 그것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 보니 그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출만 해준다든지 ERP 같은 소프트웨어를 개발만 해 준다든지 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ERP 설치와 함께 운영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종합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중소기업에 정책금융을 지원할 때 컨설팅을 해 경영개선을 하고 ERP와 같은 정보화도 기업의 운영역량을 제고시키기 위해 교육과 훈련도 하는 종합서비스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해당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자금회수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금지원에 대한 대가로 그 회사의 지분을 갖는다든지 원금 이외에 서비스 제공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나 기술개발로부터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자금은 성공하면 20%만 로열티로 내고 실패하면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기술개발이 실패했다고 보고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런 리스크없는 기술개발에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고 정부가 20%만 로열티로 받고 거의 공짜로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책금융 집행에는 자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정책금융 집행자가 종합서비스도 제공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술개발이라고 자금을 보조금으로 주기보다 상업화까지 고려해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리스크에 따른 이자를 받는 대출로 하든지 펀드를 운영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지분투자도 해야 할 것이다.

노부호 <서강대 교수ㆍ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