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획기적으로 구축해 과학기반 비즈니스를 창출하고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의 기초과학연구원을 건립하고,대형연구시설인 중이온 가속기를 건설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글로벌 관점에서 새로운 개척이 필요한 분야,미래 사회와 경제 발전에 파급효과가 큰 기초 · 원천 · 융합분야,녹색기술 기초분야 등의 연구를 수행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최대 2500여명의 연구인원,50여개 연구단으로 구성되고 각 연구단에는 연간 최대 100억원 정도의 연구비가 지원될 것이라고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한국의 기초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비약시킬 것이라 과학기술계는 기대하지만,일부에서는 이 사업 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원이 기존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능이 중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필자도 중복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하지만,중복을 문제라고 보지는 않고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의 출연연구기관 시스템은 중복을 지나치게 염려해 발전하지 못했다. 나노기술,융합기술,녹색기술 등 중요한 국책 기술 분야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 연구기관을 신설해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그렇게 하지 못했다. 중복을 지나치게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이 설립되면 대학 및 출연연구기관과 경쟁하게 되며,이런 경쟁을 통해서 한국 연구시스템의 선진화가 촉진될 것이다. 기술 분야별로 구성된 현재의 출연연구기관이 해당 기술관련 연구를 독점하던 체제에서 다양한 경쟁이 이뤄지는 체제로 변환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혁신적인 운영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략분야의 개방형 연구실을 운영하여,연구소의 울타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다. 기업과 대학의 우수 연구인력이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한시적으로 연구조직을 구성했다가 과제가 종료되면 해산하는 일몰형 조직제도를 도입한다. 이 밖에도 월급의 반은 대학이나 출연연구기관에서 받고,나머지 반은 기초과학연구원에서 받는 겸업 연구원이 탄생할 수도 있다. 아무쪼록 기초과학연구원이 현재의 구상대로 설립돼 공공연구 부문에서 경쟁 촉진과 운영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원영 <경기과학기술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