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제로(0)'인 전기자동차 시장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사용해 연비는 높지만 탄소 배출은 여전한 '반쪽짜리' 하이브리드카 대신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순수 전기차로 친환경차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본격화되는 전기차 레이스

세계 자동차업계에선 전기차 출시 레이스가 치열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투자해 관심을 모은 중국 자동차업체 BYD는 내년부터 미국 시장에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전기차 'e6'를 시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가격은 4만달러대다. 2011년엔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BYD는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 일본 자동차업체를 위협할 경쟁사로 꼽을 정도로 전기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도요타에 하이브리드카 주도권을 뺏긴 일본 자동차업체 사이에선 '전기차의 프리우스'가 되려는 선점 경쟁이 뜨겁다. 닛산자동차는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서 전기차 '리프'를 깜짝 공개했다. 카를로스 곤 르노 · 닛산 회장은 "2020년까지 신차 구매의 10%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2012년까지 2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초로 전기차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간 미쓰비시자동차도 지난 6월 전기차 '아이미브(I-MiEV)'를 내놓았다. 후지중공업과 스즈키 등도 2010~2011년까지 양산형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업체도 경쟁에 가세했다. 크라이슬러는 2010년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목표로 파산보호 기간 중 미 정부에 4억4800만달러 규모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제출했다. 포드는 2010년 상용 밴 전기차를 시작으로 2011년엔 소형 승용 전기차를 내놓기로 했다. 지난 5월 미 실리콘밸리 전기차업체인 테슬러 지분 10%를 사들인 다임러는 내년 미국에서 '스마트 포투'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독일 BMW는 소형차 '미니 쿠퍼' 전기차를 올해나 내년 안에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74만대 규모인 전기차 시장은 2015년 496만대로 6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성능도 크게 개선

전기차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배터리 효율과 비싼 차값 문제가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전기차 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전기차가 상용화되려면 1회 충전으로 최소 100㎞ 이상을 주행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전기차는 시속 60㎞ 미만으로 느린 데다 출력이 낮아 골프장 등 특수목적으로만 제한됐다.

하지만 최근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미쓰비시 '아이미브'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160㎞까지 달릴 수 있는 등 배터리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또 엔진과 연료탱크 등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 가솔린차와 달리 전기차는 모터와 배터리의 단순한 구조로 돼 있어 배터리 가격을 제외하면 오히려 가솔린차보다 더 저렴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각국의 연비 규제 강화와 정부의 그린카 지원책도 전기차 대중화 시기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가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달리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250억달러) 일본(2100억엔) 중국(15억달러) 등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막대한 돈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전기차를 둘러싼 회의적 시각도 여전하다. 다키모토 마사타니 도요타 수석 부사장은 "전기차를 상용화하려면 현재 기술을 뛰어넘는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카에서 앞선 도요타는 전기차 분야에선 경쟁 업체들에 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충분한 기술력과 가정 및 공공장소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미비해 소비자들이 단기간 내 하이브리드카에서 전기차로 옮겨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