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긴급히 내놓은 전세 대책은 전셋값 상승에 따른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와 수급불안 심리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전세자금을 지원하고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책이 전세자금 지원 외에 딱히 눈에 띄는 대목이 없는 데다 시장에 한 발 뒤늦은 대응이란 지적이어서 전셋값이 잡힐지 불투명하다.


◆자금지원하고 공급 늘리고

우선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2~4.5%)로 빌려주는 전세자금 대출을 올해 최대 4조2000억원에서 6000억~8000억원 더 늘려 최대 5조원까지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 은행에서 전세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향후 1년간 한시적으로 주택금융공사(주택신용보증기금)의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혼부부의 전세임대 요건 중 소득기준은 현행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월 194만원) 이하에서 70%(월 272만원) 이하로 완화된다. 전세임대 대상주택도 보증금 1억500만원 이하 주택에서 1억4000만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또 전세시장 불안에 대한 근본적 처방으로 서민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 · 기숙사형 등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시행된다. 단지형 다세대주택을 지을 때 한 채당 최대 5000만원,원룸 · 기숙사형은 최고 2400만원(㎡당 80만원)까지 국민주택기금에서 융자된다. 또 세대당 0.3~0.5대(서울시 조례 기준)인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 확보기준은 전용면적 합계 60~65㎡당 1대로 완화된다. 소규모 생활주택의 진입도로 폭도 6m에서 4m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무주택자가 전용 20㎡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받더라도 무주택자로 계속 인정해 일반아파트를 청약하는 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설치 허용기준은 현행 전용 면적 60㎡이하에서 85㎡ 이하로 확대된다. 정부는 오피스텔 바닥난방 허용기준이 완화되면 신혼부부를 포함,3~4인 세대도 생활할 수 있어 전세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오피스텔 난방이 중형으로 확대될 경우 역세권 상업지역이나 도심재개발 사업지구 등에서 오피스텔 공급이 종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파주운정,성남도촌,김포마송,화성매송 지구 내 주택 3000채의 분양 시기는1~2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내년 분양물량 3만9000채도 계획된 일정보다 2~3개월 조기 분양키로 했다.

이 밖에 전세수요의 분산을 위해 정기적으로 주요 입주 아파트의 정보가 공개되고 주택공사의 전 · 월세 지원센터를 통해 각종 상담도 제공된다. 아파트와 도시형 생활주택,상업시설을 하나의 주상복합 건물에 지을 수 있게 된다.

◆전문가,"전세난 계속될 듯"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셋값은 지난 21일 현재 30주 연속 올랐다. 지난주에도 0.15%가 올랐고 이달 들어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도 지난주 0.18% 상승하며 전주(0.1%)보다 더 올랐다. 수도권 지역은 이달 첫째주 0.07%였던 상승률이 0.15%로 오르더니 지난주에는 0.16%를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의 주요 요인은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뉴타운 · 재개발 이주수요가 올해 8000채,내년엔 3만~4만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세수요 분산 차원에서 사업 일정을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 개입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활성화되기에도 아직 걸림돌이 많다. 서울에서는 단지 규모가 100세대를 넘을 경우 재개발 · 재건축 사업처럼 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해 기대만큼 공급이 충분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규제완화 관련 법규가 개정돼 시행되더라도 실제 입주는 내년 2분기나 돼야 가능해 공급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규현 GS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하반기 입주물량이 1만7000채에 달하는 판교신도시 등 경기지역으로 서울 전세수요가 대거 빠지면 다행"이라며 "전반적으로 내년 전세시장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