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첫 테샛(TESAT) 특별고사가 치러진 22일 오후 국회도서관.시험관이 시작을 알리자 50여명의 응시자들이 일제히 시험지를 펼쳤다. 배지를 단 국회의원부터 보좌진,당 정책위의 석 · 박사들과 새내기 대학생 인턴까지 참가자는 각양각색.대한민국 의정을 책임지는 이들의 경제공부 열기는 뜨거웠다. 100분간의 시험이 끝나고 구슬땀을 닦으며 나온 응시자들은 "의정활동의 필수인 경제지식을 모처럼 점검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의원들 '테샛 대결'

이날 고사장에는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서울 양천을)과 김재윤 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 등이 나란히 앉아 '경제 열공' 분위기를 이끌었다. 당내 경제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은 "경제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없다"며 "국회에 처음 테샛 응시장이 마련된다기에 꼭 쳐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역구 일로 바쁜 가운데서도 기출문제를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읽었다는 그는 "실제로 풀어보니 종합적인 판단력이 필요했다"며 "국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테샛으로 실력을 점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윤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객을 받다가 시험장을 찾았다. 민주당에서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루며 대표적 협상가로 떠오른 김 의원은 "테샛으로 접한 기회비용이나 역선택 같은 경제용어는 정치상황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정치 사회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제는 경제문제를 접목시키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험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의 경제용어와 관련 이슈를 꼼꼼히 읽은 게 도움이 됐다"며 "빈소를 지키느라 충분히 공부하지 못했는데 다음 시험에 다시 응시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 의원은 시험 시작 전 '국회가 매일 싸운다는데 경제 문제를 놓고는 의기투합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손바닥을 마주 쳤다. 시험이 시작되자 각자 문제풀이에 열중하며 여야 '경제지력 대결'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국감 준비로 바쁜 보좌진들 단체 응시도

국감과 다음 달 정기국회 준비로 바쁜 국회 보좌진들도 참여 열기가 높았다. 특히 김세연,유일호 한나라당 의원 측에서는 보좌진 전체가 단체응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세연 의원실의 손현우 비서관은 "국감을 앞두고 다 같이 경제이해력 테스트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인턴까지 4명 모두 시험장에 나왔다"며 "경제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 것만으로도 시험의 첫 효과는 거뒀다"고 밝혔다.

유일호 의원실의 김문구 보좌관도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 문제 등 정책을 놓고 고민해온 것이 시험에 도움이 됐다"며 "의원실에서 테샛 스터디를 했는데 최고 득점자에게 밥값을 몰아주기로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당 정책위원회도 테샛 바람

정당의 정책 역량은 경제 분야에서 판가름난다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각 당 '정책 라인'에도 테샛 바람이 불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에서만 8명이 시험장을 찾았다.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한 조현수 한나라당 정책국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서울 지하도로와 관련해 비용과 편익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는 등 정책적 판단에 필요한 경제 이해력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자유선진당에서도 6명의 정책통들이 시험에 도전했다. 최형철 자유선진당 정책연구위원은 "고품질의 경제 정책을 내놓으려면 지식은 필수"라며 "청운의 꿈을 품고 선진당에 들어온 젊은 직원들에게 경제공부도 시킬 겸 단체응시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7명이 응시,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워밍업을 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의 정책통 보좌진들은 김 전 대통령 서거로 정신이 없으면서도 시험장으로 바쁜 걸음을 했다. 노영민 의원실의 조영종 보좌관은 "시청 분향소에서 당직을 서고 있다가 틈을 냈다"며 "국회에서 경제실력을 테스트할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젊은 인턴들 '취업에도 도움'

대학이나 취업시장에서 이미 테샛을 접한 젊은 인턴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최연소 국회 응시자인 대학 1년생 장혜정씨는 "여러 기업에서 태샛을 입사 자료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취업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황영철 의원실의 이미연 인턴은 "경제학 전공을 하지 않아도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시사 지식을 쌓으면 높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게 테샛의 강점"이라고 추천했다.

참가자들은 의정활동에서 경제 정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경제능력 시험인 테샛이 여러모로 유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민식 의원실의 최병환 비서관은 "평소 많이 듣던 경제용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문제 풀기가 쉽지 않았다"며 "수박 겉핥기식 지식으로는 제대로 된 입법활동을 못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배은희 의원실의 김혜진 비서관은 "국회에서 경제 실력을 점검하고 자극을 받는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테샛이 국회에서 인정받는 경제능력 시험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김유미/차기현/구동회/민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