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포스트 DJ'를 노리는 민주당 안팎 정치인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당장은 김 전 대통령이 유훈으로 남긴 '대통합'을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지난 40년간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김 전 대통령을 잃은 호남의 상실감을 달래면서 정치적 유산을 계승할 적임자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명분상 '포스트 DJ' 후보군에 들어있는 인사로는 정세균 대표를 꼽을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라"(박지원 정책위 의장)는 유언을 남긴데다 이번 장례식에서도 상주 역할을 하는 등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북 출신인 정 대표가 민주당계보다는 열린우리당에 가깝고 최근 '탈호남'을 기치로 내건 점이 한계로 꼽히고 있다.

호남에서의 영향력과 인지도 등에서는 무소속인 정동영 의원이 정 대표에 한발 앞서있다. 15대 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으며 김 전 대통령이 천착한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확고한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다. 다만 지난 4월 재보선에서 DJ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아직 당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향후 경쟁구도에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차세대 후보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 오는 10월 재보선을 전후해 '포스트 DJ'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당시에도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등 정책적으로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 친 손학규계라는 점도 향후 경쟁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 전 대통령과 동향인 4선의 천정배 의원과 대구 출신의 추미애 의원,전남 고흥 출신의 송영길 최고위원 등이 차세대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