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상사,늙은 부하를 만난다면.학교나 고향 선후배 관계가 직장에서 역전되는 상황에 처한다면.직장인들이 한번쯤 고민해봤을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제 직장생활에서 '관계 역전'은 얼마나 일어날까.

시장조사업체인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직장인 6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자신보다 어린 상사나,늙은 부하와 함께 근무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관계에 처한 사람 중 60%는 일하기 불편했다고 밝혔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부하 직원으로 둔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6.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상사로 모신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58.3%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급별로는 차장급이 이런 미묘한 관계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 나이 많은 사람을 후배 직원으로 거느려 본 경험이 있는 차장급은 전체의 81.6%에 달했다. 나이 어린 사람을 상사로 모셔본 적이 있는 차장급도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이는 대부분 회사의 허리층인 차장급에서 인사 적체가 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차장급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다 보니 '관계 역전'이 심심찮게 일어난다는 얘기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 직원하고 일하기가 불편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64.2%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보다 나이 적은 상사하고 일하기가 불편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56.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나이를 따지는 국내 풍토상 직장생활에서 나이를 깡그리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젊은 상사보다는 늙은 후배하고 일하기가 더 껄끄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많은 부하가 불편했던 이유'로는 '함부로 대하기 어려워서'를 꼽은 사람이 44.2%로 가장 많았다. '잘못을 지적하기 곤란해서'라는 응답도 39.6%에 달했다. 이어서 '나이 많은 걸 은근히 과시해서'(9.5%),'이미 사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서'(6.7%) 등이었다.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기가 가장 불편했던 이유'로는 '말을 높이거나 낮추는 게 서로 어색해서'(29.5%)가 꼽혔다. '어린 상사가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서'(28.6%)가 뒤를 이었다. '자존심이 상해서'라는 응답도 24.0%로 꽤나 많았다.

'직장생활에서 갑 · 을 관계가 뒤바뀐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68.4%가 '있다'고 응답해 능력에 따른 승진이나 발탁 등이 상당히 일반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