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넘으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본격 환매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5년 이후 코스피지수 1600~1800선 사이에서 유입된 30조원가량이 원금 회복 수준에 도달하면서 환매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출된 데 이어 이달 들어 20일까지 9710억원이 빠져 나갔다. 새로운 자금이 들어와 신규 설정된 규모는 9200억원에 그친 반면 돈을 찾아간 환매(해지)는 1조8912억원으로 두 배나 많았다.

이 같은 환매 추세를 감안할 때 이달 순유출 규모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를 향해 치닫던 2007년 4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월간 기준으로 최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 5월 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네 번째로 많은 월간 순유출 규모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원금 회복을 넘어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환매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금까지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 중 71% 정도가 지수 1600선 위에서 들어왔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로 들어온 126조원 가운데 지수 1600~1799에서 30조원,1800 이상에서 59조원이 각각 유입됐다. 대부분의 펀드 투자자들이 상승랠리를 이어온 2007년에 주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는 펀드에 잠긴 돈의 상당수가 수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수 1400대에서 이미 수익을 내는 구간에 접어든 적립식펀드에 이어 이번엔 한꺼번에 자금을 넣는 거치식 가입자들도 수익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환매 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에서 적립식펀드를 뺀 거치식 규모는 29조원가량으로,전체 국내 주식형펀드의 36%에 해당된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거치식 자금 중 상당분이 증시가 계속 상승하면 환매될 가능성이 높다"며 "본격적인 펀드 환매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주식편입 비중은 90.7%로 2005년 이후 평균(87.4%)보다 높아지며 현금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환매는 곧 투신권의 매도로 이어질 것"이라며 "펀드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 등이 먼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신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400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을 포함해 올 들어 이미 15조9000억원가량을 처분했다.

전문가들은 환매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긴 하지만 무턱대고 환매하기보다는 펀드별로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시장 수익률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원금을 회복한 펀드의 경우 연내 자금이 필요하면 분할 환매를 생각해 볼 때"라며 "특히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수익률 회복이 더딘 펀드라면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형주와 그룹주펀드의 주요 편입 종목인 시가총액 상위주 중심의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어 이들을 주로 편입하는 펀드는 좀 더 보유할 것"을 권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