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그램 제작업체인 김종학프로덕션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종학프로덕션의 2대주주인 박석전 에스큐홀딩스 대표(보유지분 9.37%)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 유티씨앤컴퍼니(28.3%)의 경영 참여를 막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지난 24일 모 인터넷 증권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적대적 인수 · 합병(M&A)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종학프로덕션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아 김종학프로덕션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며 "임시주총에서 패하더라도 보유 지분을 통해 다시 임시주총을 소집,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경영권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종학프로덕션을 둘러싼 최대주주와 2대주주간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2대주주 박 대표, 회사 헐값 매각 주장

박 대표는 지난달 15일 단순투자 목적으로 김종학프로덕션 주식 58만7166주(지분 5.68%)를 장내에서 매수해 김종학프로덕션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김종학프로덕션이 지난 7월20일 유티씨앤컴퍼니에 신주 338만9830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박 대표는 7월22일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박 대표는 회사 측의 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김종학프로덕션이 방만한 경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도 모자라 감자 직후 채권자인 유티씨앤컴퍼니 측에 신주를 발행해 회사를 '헐값 매각'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종학프로덕션 측은 회사의 회생정책이었다며 '헐값 매각' 의혹을 일축했다.

김종학프로덕션 관계자는 "유티씨앤컴퍼니에 주당 885원으로 신주를 발행한 것은 당시 주가 기준에 따른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당시 회사가 어려워 빌린 돈의 이자도 못갚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빨리 자금을 마련해 줄 수있는 유티씨앤컴퍼니를 3자배정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티씨앤컴퍼니는 김종학프로덕션의 최대 채권자인 유티씨인베스트먼트의 관계사다. 동시에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문사다. 현재 김종학프로덕션의 유티씨인베스트먼트 관련 채무액은 220억원 규모다.

현재 유티씨앤컴퍼니가 보유한 김종학프로덕션 주식은 특별관계자인 유티씨기업구조조정7호조합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해 397만1577주(지분 28.3%)다.

유티씨앤컴퍼니는 최대주주 등극 이후 경영진 교체가 주요 안건인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김종학프로덕션에 요청했다. 임시주총은 지난 21일 열릴 계획이었다.

박 대표는 이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곧바로 지난 7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같은달 27일 보유주식을 73만95주(7.07%)까지 늘렸다. 자신이 가진 의결권으로 경영진 교체를 막기 위해서다.

김종학 전 대표는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유티씨앤컴퍼니나 박석전씨 어느 한쪽에 특별히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시주총 연기…"의결권 제한 결정 때문"

김종학프로덕션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1일 열릴 예정이었던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종학프로덕션은 이날 공시를 통해 임시주주총회를 다음달 7일로 연기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오전 9시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의 연기 사실에 대해 김종학프로덕션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공시를 냈다"며 "경영진 교체를 위한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하자 주주들을 무시하고 수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임시주총 연기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의 판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서울지방법원은 박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번 신주발행은 적법하게 발행됐으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은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리는 한편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이번 신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허용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티씨앤컴퍼니는 3자배정 물량인 338만9830주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의결권 기준일인 지난달 27일까지 박 대표가 보유한 의결권 행사 주식은 73만95주인데 반해, 유티씨앤컴퍼니의 의결권 수는 58만1747주로 줄어든 것이다.

유티씨앤컴퍼니 관계자는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임시주총 개최 전날 확인했다"며 "의결권 문제 때문에 김종학프로덕션 쪽에 임시주총 연기를 요청했고, 법원의 판결을 검토한 뒤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김종학프로덕션이 지난 21일 아침 갑자기 임시주총의 연기를 알려 왔다"며 "지연 공시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 예고를 검토했지만 급작스런 법원의 판결에 의한 것으로 판단해 예외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다툼은 '찻잔 속의 태풍'…"추격 매수 주의해야"

김종학프로덕션에 대해 적대적 M&A를 선언한 박 대표는 "의결권 기준일이 지났는데도 지난 9일 김종학프로덕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 보유주식을 96만7998주(9.37%)까지 늘린 것은 임시주총에서 패해도 지분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학프로덕션은 박 대표의 적대적M&A 선언으로 당분간 최대주주와 2대주주간의 경영권 분쟁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은 결과적으로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단기적인 주가 상승 동력은 될 수 있지만 회사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재료가 사라지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추격 매수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25일 오후 1시3분 현재 김종학프로덕션은 전날보다 40원(2.66%) 내린 1465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