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神父)가 탄 마차가 진흙에 빠졌다. 신부는 마차가 진흙에서 빠져나오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이때 천사가 나타나 신부의 뒤통수에 대고 쏘아 붙였다. "마차를 밀면서 기도하셔야지요. " 행간에는'우파적'메시지가 담겨 있다. 신(神)에게 의지하기 전에,즉 국가에 도움을 청하기 전에 최선의 자조(自助)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마차를 밀지 않아도' 마차를 꺼내주겠다는 신호를 보내면,누구도 마차를 몰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국가 도움을 받기 위해 실패하는'실패유인'마저 존재하게 된다.

근자에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강화론'을 제기했다. 소통이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도강화론'을 제기한 후 이 대통령은 약자배려 등'친(親)서민'행보를 강화했다. 소통이 의견일치를 의미하지 않는 한,서로의 차이와 견해를 인정하고 경청하는,'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중도강화는 소통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서민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친서민 행보는 바람직하기까지 하며,이명박 정권을 '부자정권'으로 낙인찍으려는 민주당에는 오히려 역공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중도강화론과 친서민행보를 통해 보수정당,부자정당의 이미지를 희석시켜 지지도를 높이려한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근원적 처방'으로 확신한 것이다. '중도'는 독립된 이념과 가치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도이념을 '모태'로 좌우 이념이 파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강화할 그 무엇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부자'정당 이미지를 친서민 행보로 희석하려 한 것도 패착이다. '부자'가 아닌 '일하는 자'를 위한 정권임을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서민감세론'은 실효적이지 않다. '부자 정권'이라는 저항세력의 낙인에 속수무책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이유는 보수적 가치에 기초해 정책을 펴서가 아니라,개발연대식 '747'공약과 국민정서와 유리된 '대운하'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지지도는 사후적 보상이지 쫓을 대상이 아니다.

친서민정책은 중도강화론을 위해 구체화되면서 '포퓰리즘'으로 흘렀다.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의 체납세금 면제,대학생 대여 장학금 상환조건 완화,기숙형 기숙사비 경감 등이 그 사례이다. 포퓰리즘의 손실은 이중적이다. 도덕적 해이와 정부 예산부담도 크지만 정부에의 의존을 타성화시켜 발전동력을 약화시킨다. 특히 체납세금 면제는 문제가 심각하다. 중립적으로 세율을 낮추거나 세금납부를 유예해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금체납 면제를 위한 예산은 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취업 조건부 장학금 상환도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보수적 가치에 기초한 친서민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의 자구노력과 국가지원의 맞교환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국가지원은 보조금 지급이 아닌 정부의 대출보증 형태가 바람직하다. 신용을 지키지 못하면,사채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에 빠질 우려가 적다.

참여정부는 좌파적 가치와 이념에 기초한 정권임을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자로부터 '신자유주의 좌파'라는 비난을 들었지만,스스로를 '중도'에 위치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참여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을 문제삼지 않았다. 대선(大選)에서의 국민 선택은 대통령 자연인이 아닌,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였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파적 가치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따뜻한 자유주의,포용하는 시장주의가'근원적 처방'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ㆍ경제학/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