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LCD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중국 패널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25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삼성 · LG전자 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교차구매 협약식에서 중국 광저우에 8세대 패널라인을 만드는 계획을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1일 광저우시와 투자 양해각서(Non-Binding MOU)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이사회 승인이 투자의 전제 조건이다.

LG디스플레이가 추진하고 있는 LCD 패널 공장 설립 프로젝트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얻은 후에야 가능하다. 이번 투자가 성사될 경우 한국이 해외에 LCD 패널 생산라인을 설립하는 첫 사례가 된다. 투자 규모는 3조원 이상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권 사장은 "중국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현지 TV 메이커 중 한 곳과 합작사 형태로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대략적인 투자 규모와 시점은 확정됐지만 광저우 당국과의 합의로 공개하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한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이미 발표한 3조원 규모의 8세대 추가투자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플러스 알파'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공격적 투자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비해 8세대 투자 속도가 더뎠던 2~3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권 사장은 지난 24일 본지와 별도로 가진 인터뷰에서 "2011년까지 확고한 글로벌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될 때 투자해야 한다고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입장은 다르다"면서 "기업의 역량이 무르익어 자신감이 있을 때 투자하는 것이 맞으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예로 최근 가동을 시작한 구미 6세대 라인의 수율(합격품 비율)을 들었다. 구미 라인의 수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96%에 달한다.

중국 투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친밀해지고 있는데다 LCD 패널 부문의 관세 장벽까지 만들어질 조짐"이라며 "미국을 뛰어넘는 패널 소비처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계속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현지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도 오랜 기간 투자를 강력하게 종용해왔다"며 "중국 TV 메이커들에 오랜 기간 LCD 패널을 납품해 왔고 품질 면에서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