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김모씨(40 · 서울 명일동)는 25일 오후 몸에서 열이 많이 나는 것 같아 가게 근처 K내과를 찾았다. 김씨는 "열도 열이지만 신종플루가 아닌지 두려워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진단을 받은 결과 신종플루로 의심되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약을 받아 갔다. 김씨를 진찰한 K내과 의사 이모씨는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단순히 열이 많은 정도인데도 무조건 약을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S의원에도 신종플루 확산에 불안을 느끼고 병원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의사 박모씨는 "병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신종플루 유사 증상을 호소하지만 검사해 보면 거의 대부분 음성 반응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신종플루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신종플루 치료거점 병원으로 지정된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지역 54개 병원도 비상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4월 응급실 입구에 임시진료용 간이천막 2동을 설치한 데 이어 컨테이너를 활용한 진료소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후 많은 의심환자가 방문하고 있어 임시 진료소를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혈액분석 장비 등 신종플루 관련 의료장비도 추가 구입키로 했다. 병원 측은 장비 추가 확보에 힘입어 하루 20명이던 검사 가능 숫자가 60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서울병원은 신종플루 환자 발생에 대비해 격리 병상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중앙대용산병원도 지난 24일 병원 후문에 임시 진료소를 설치했다. 이곳에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 등 의료진을 배치하고 접수와 진료를 따로 하고 있다. 병원 입구 5군데에 손 소독기를 설치하고 출입하는 모든 사람이 이용토록 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도 지난 주말 컨테이너를 이용한 임시진료실을 설치하고 진료실 내에는 감염을 막기 위해 보호장구 등을 갖췄다.

한편 전북지역에선 신종플루에 감염된 전공의가 수술에 참여한 것으로 처음 확인돼 병원 측의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레지던트 3년차 A씨(29)는 신종플루에 감염됐으나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수술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회진을 돌며 환자들까지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