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은 남의 일?

사업자가 아니라고 고소득층이 아니라고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강 건너 불구경' 해도 될까? 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펀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세금을 고려하지 않고 장기투자에 임하는 투자자라면 어떤 세제개편안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금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세제개편안과 그에 따른 변화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펀드 관련 세제 혜택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해외펀드 소득세 비과세 △공모펀드와 연기금 주식 거래세 면제 △장기 주식형 및 회사채 펀드 배당소득 비과세 △고수익· 고위험펀드 저율 과세 등이 올해 말로 폐지된다.

◆성장형펀드, 거래세 부과로 수익률 하락 우려

현대증권은 26일 보고서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이 성장형 펀드에 미치는 영향력 가장 클 것으로 판단했다. 공모펀드에 대한 거래세 부과는 회전율 높은 성장형 펀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장형펀드의 회전율을 345%로 가정할 경우 영향도가 1.04%로 다른 스타일 펀드에 비해 높다. 만약 불필요한 매매를 줄이지 않고 현재의 운용방식을 고수하게 된다면, 펀드성과 하락은 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가치형 펀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현대증권은 분석했다.

가치형 펀드는 성장형 펀드에 비해 회전율이 낮기 때문이다. 가치형 펀드는 거래세 부과로 인한 부담감이 조금은 있겠으나 그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결론이다.

◆인덱스 펀드, 초과수익 어려워…펀드별 특성이 사라져

인덱스 펀드의 성과는 저조해진다는 전망이다.

인덱스펀드는 대부분 벤치마크(주로 코스피200) 대비 초과수익을 위해 각 자산별 베이시스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나 계량분석으로 종목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0.3%의 거래세에서는 비용부담으로 초과수익 달성을 위한 전략사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인덱스펀드는 기본적으로 벤치마크를 추종해야 한다. 이를 위한 매매에서 발생하는 거래세도 펀드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말해 벤치마크 수익률을 따라가기도 버거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든 인덱스펀드의 운용이 어쩔수 없이 장기보유형태로 변화될 가능성고 있으며, 이 경우 개별 인덱스펀드의 특성은 사라질 것으로 현대증권은 예상했다.

◆해외펀드, 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폐지…포트폴리오 조정해야

해외펀드 소득세에 대한 비과세가 올해말로 종료된다. 해외펀드 투자자는 수익의 15.4%를 추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현대증권은 설정원본 기준으로 62조원에 이르는 해외펀드 상당부분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고성장이나 핵심 지역, 관심이 집중되는 섹터로 자산배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증권사 배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단기적으로 거래세가 부과됨으로써 펀드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매매 패턴의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배 센터장은 이어 "펀드가 단기 성과에 치우치기 보다 성장성 높은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변화가 정착되면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