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감염환자가 3300명을 넘어서고 개학을 연기하거나 휴교하는 초 · 중 · 고교도 전국에 50여개로 늘어나는 등 온 나라가 크게 술렁이고 있지만 의료기관과 정부 간 소통 부재로 환자 관리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병원마다 일반환자와 신종플루 의심환자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다 개학철을 맞은 각급 학교는 집단 발병에 대한 별다른 예방수단도 없어 학부모들의 애를 태우는 상황이다.

현재 신종플루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혼란상의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염성이 매우 강해 이미 대유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정부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임기응변식 대응만 하다가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거점병원 지정만 해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환자 수가 3000명에 육박하자 지난주에야 비로소 이뤄졌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곳들은 격리공간 확보, 의사 간호사 등 인력확보 등이 해결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보건 당국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로 2원화 돼 병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실제 치료제인 타미플루 처방 지침이 하루 만에 바뀐 일도 있다. 치료제와 예방 백신 확보 문제도 얼마 전까지 기존 비축 물량으로 별 문제 없다고 하다가 감염자가 급증하자 부랴부랴 해외 제약업체에 손을 벌리는 형국이다.

물론 정부도 갑자기 환자가 급증(急增)하면서 민첩하게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마침 당국과 의료기관간 혼선을 해소하기 위한 신종플루 민관협의체가 곧 만들어진다고 하니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며 정부는 이제라도 대유행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 차분하고 치밀하게 시나리오별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학교 · 군대 등 집단수용 시설에서 발병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리미리 기준과 계획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가 허둥대면 국민 불안은 더욱 가중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