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이 괄목할 만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경제위기 상황이라고는 보기 힘든 성적표를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도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D램반도체의 글로벌 점유율은 55% 선에 이르렀고 휴대폰의 경우는 삼성전자 LG전자가 노키아와 더불어 3강체제를 구축했다. 자동차 또한 최대시장인 미국 등지에서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점유율이 5% 선을 넘어섰다. 이 외 LCD 2차전지 등 우리 기업들이 두드러진 실적을 보이는 분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기세가 좀 더 이어진다면 한국기업들이 보다 확실한 국제적 위상을 구축하고 국가 브랜드 또한 한 단계 레벨업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비교적 순항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들의 분투에 힘입은 것임은 물론이다. 이들이 세계 시장을 누비며 달러를 벌어들이고 그로 인해 무역흑자가 쌓이자 외환위기 재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한 자취를 감추었다. 기업들이 이처럼 선전(善戰)하고 있는 것은 우호적인 환율 수준에 힘입은 바도 크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들이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고 시장을 적극적 · 효율적으로 공략한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생산과 투자를 통해 경제를 돌게 하고 급여를 지급해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기업이다. 기업이 잘 되면 협력업체들도 활기를 띠고 일자리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마련이다.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해당 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을 통해 경제 전체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가져 온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친(親)서민 중도실용 노선이 강조되면서 기업에 대한 배려는 관심 밖이 된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 부처는 경쟁이라도 하듯 서민 · 중산층을 지원하는 정책을 쏟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엊그제 발표된 세제개편안만 해도 폐업한 영세자영업자들의 체납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대신 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늘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향후 3년간 예상되는 10조5000억원의 세수 증대분 중 60% 이상을 법인세를 통해 충당토록 돼 있다. '물이 넘쳐흐르면 바닥을 적신다'며 트리클다운 이론을 부르짖던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기 어렵다.

친서민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 대부분이 서민 · 중산층이고 보면 이들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 정부에 덧씌워진 강부자 · 고소영 정권이란 이미지를 탈피하는 차원에서도 그런 정책은 필요하다. 최근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40%를 넘어선 것을 봐도 친서민 정책의 효과는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한 쪽으로 기울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친서민 정책은 일회성 선심 정책에 그쳐 추가적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친서민'과 '비즈니스 프렌들리'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취해야 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MB노믹스의 핵심 아젠다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과 기업인 사이의 핫라인이 설치되고, 대불공단 전봇대가 뽑혀 나간 것도 그런 연유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지주회사 제도, 금산분리 완화 같은 사안에서도 적지 않은 개선이 이뤄졌다. 그런데 갑작스레 분위기가 바뀌고 있으니 경제계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각종 규제의 과감한 혁파,법인세의 1.6배에 이른다는 준조세 정비 등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대단히 많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정신을 되살려야 할 때다.

수석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