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뉴욕의 한 칵테일 파티장.1981년 노벨 생리 · 의학상 수상자 토르스텐 비셀이 누군가와 담소 중 무심코 알루미늄과 알츠하이머병 간에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비셀의 한마디는 살에 살이 붙은 끝에 급기야 '비셀이 관련논문을 발표할 예정'으로까지 부풀려졌다.

파장은 엄청났다. 사람들은 알루미늄 냄비는 물론 알루미늄이 들어간 발한(發汗) 억제제와 제산제까지 버렸다. 자신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어떤 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셀의 해명과 '알루미늄은 무죄'라는 미국알루미늄협회의 항변에도 불구,소문은 기정사실화돼갔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알루미늄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숨진 환자의 뇌 속 알루미늄 농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알루미늄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 게 아니라 알루미늄의 뇌 유입을 차단하는 혈뇌장벽에 이상이 생긴 까닭이라는 것이다.

설(說)만 무성할 뿐 알츠하이머병으로 대표되는 치매의 원인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특정 유전자 탓인 것 같다거나 심지어 중년에 최저혈압,곧 확장기 혈압이 올라가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내용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엔 선크림(자외선 차단제)이 도마에 올랐다. 아일랜드 북부 얼스터대학 비비언 하워드 박사와 크리스티앙 홀셔 박사가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선크림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관계를 연구한다는 발표가 그것이다.

인공 나노분자가 인체에 들어가면 뇌 곳곳에 박힌다는 사실이 동물실험 결과 드러난 만큼 선크림에 함유된 이산화티타늄과 디젤 연료에 첨가되는 산화세륨 나노 분자의 치매 및 파킨슨병 연관성을 살핀다는 건데 과제로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주목받는 셈이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노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남녀 모두에게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국내 시장 규모만 해도 2002년 1586억원에서 2007년 3500억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세상에 다 좋은 건 없는지 모른다. 여기저기 유용하다던 은나노 입자가 폐와 간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식약청 연구결과도 공개됐다. 선크림 역시 위험하니 안바르겠다고 나서기보다 적절히 사용할 일이다. 과다한 자외선 노출은 피부암을 일으킨다고도 하니.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