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투표율 미달로 자동부결됨에 따라 주민소환 제도의 실효성과 시민단체 소환발의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촉발될 조짐이다. 2007년 하남시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무산에 이어 이번 제주지사 주민소환도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 뚜껑도 열어보지 못하고 싱겁게 불발로 끝났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장의 독선과 부패를 견제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주민소환제가 민의대변보다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자치단체장 흔들기'용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표율 미달…하남시 재판

14시간에 걸친 투표에서 투표율은 11.0%에 그쳤다. 김 지사를 소환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와 달리 주민들의 발길은 투표소로 향하지 않았다. 2년 전 화장장을 유치한 김황식 하남시장에 대한 소환투표의 재판이었다. 당시 하남시 투표에서도 소환을 발의한 시민단체는 시장의 독단을 막자며 큰소리를 쳤으나 시민참여 저조로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했다.

주민소환이 두 차례나 연거푸 부결되면서 시민단체 주도의 소환 발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민 투표로 선출된 지자체장의 정책적 결정에 대해 사사건건 소환 발의로 이의를 제기한다면 누가 책임지고 정책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황식 시장이나 김태환 지사는 이른바 혐오시설을 유치하는 대가로 중앙정부로부터 추가지원책을 약속받은 상태였다.

하남시나 제주도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낙후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단체장이 해당 지자체의 생존을 위한 결단을 내린 것만으로 시비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 경우 인구와 일자리 감소로 매년 젊은이들이 제주를 떠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시민단체 주도의 주민소환이 두 차례나 실패하면서 "시민단체가 주민을 위한 운동에 나서기보다는 지역이기주의와 자치단체장 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행정공백 · 예산낭비 누가 보상하나

주민소환제에는 소환청구사유를 제한하는 조항이 없어 거의 무방비로 소환이 발의될 수 있다. 투표권자의 10~20% 이상이 서명만 하면 투표청구와 투표를 실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같은 조항은 자치단체장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시키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또 주민소환투표 발의만으로 자치단체장의 권한행사를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문제다. 이 때문에 김태환 지사는 지난 7일부터 20일간 전혀 지사직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이번 지사 공백사태로 제주도는 내년 국고예산 확보와 관광객전용 카지노 유치,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 도입, 국세 자율권 확보 등에 참여하지 못했고 김 지사는 지난 12일 열린 제5회 제주평화포럼의 조직위원장인데도 참석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이 밖에 무분별한 주민소환투표로 예산 낭비도 심각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번 투표에는 지방비 19억2675만원이나 지출됐다.

제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