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벤처투자가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금형 전문기업인 에이테크솔루션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의 투자조합인 SVIC6호와 SVIC14호는 최근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해 오던 에이테크솔루션 주식 105만주(10.50%)를 1주당 9900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삼성벤처투자의 지분은 기존 5%에서 15%로 대폭 늘어났다. 투자조합 SVIC6호와 SVIC14호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지분율 99%)다.

시장에서는 삼성 측이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에이테크솔루션을 다시 인수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사양 LCD TV, LED TV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에이테크솔루션의 금형 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소니도 산업은행의 에이테크솔루션 지분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삼성벤처투자의 지분 매입은 에이테크솔루션과 삼성전자의 긴밀한 협력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벤처투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시한 내용 그대로 지분이 기존 5%에서 15%로 늘어났을 뿐"이라며 "지분 변동 사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중사출 금형 제조비법 등 경쟁력을 방어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직접 나섰다는 증시전문가의 분석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테크솔루션 관계자도 "삼성벤처투자가 보유지분을 단순히 더 샀을 뿐 그 이상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산업은행 쪽에서 지분을 삼성벤처투자에 넘긴다는 것은 사전에 파악됐지만, 삼성전자로 피인수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에이테크솔루션의 최대주주는 유영목 대표이사(지분율 31%)다.

홍정모 키움증권 IT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날 분석자료를 내고 "삼성전자의 에이테크솔루션 지분 추가 매입 결정은 전략적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에이테크솔류션의 금형 기술에 대한 경쟁사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이 회사의 이중사출 금형은 삼성전자 TV 디자인의 핵심이 되는 크리스탈 로즈 제조 비법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LED TV를 포함한 프리미엄급 TV를 중심으로 차세대 디자인이 선보여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에이테크솔루션과의 협업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품격 디자인 경쟁력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홍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지분 참여가 에이테크솔루션의 주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기이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테크솔루션은 2001년 삼성전자 금형 사업팀에서 분사한 회사다. 삼성전자 시절부터 35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자체 금형 개발 능 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등 기존 금형대비 경쟁력이 우수한 금형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에이테크솔루션이 개발한 스팀 몰드 후방 사출금형, 이중 사출금형 등은 삼성전자의 보 르도 TV, 크리스탈로즈 TV 등 기존 금형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차별화된 디자인의 제품 개발을 가능케 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정현영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