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가 진정되고 달러 선호 현상이 주춤해지면서 국제 금융 시장에서 달러 차입금리가 엔 차입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16년 만에 처음이다.

26일(현지시간) 런던 금융 시장에서 3개월물 달러 리보(은행 간 금리)는 연 0.37188%,엔 리보 금리는 0.38813%를 각각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주 들어 달러 리보 금리가 엔 리보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사흘 연속 이어졌다고 전했다. 달러 리보는 작년 10월 신용위기가 최악일 때 연 4.81875%까지 치솟았다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하락세를 보여왔다. 엔 리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1% 수준에 머물렀다.

달러 차입 비용이 떨어진 것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퇴조한 데다 미 통화당국이 사실상 제로금리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FRB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낮은 금리와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도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 시장에서 달러화가 엔화 대신 '조달통화(borrowing currency)'로 활용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carry-trade)'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달 비용이 싼 달러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 · 일 간 금리차가 워낙 작아 미국의 막대한 달러 자금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운키엔 차 전략가는 "일본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미국보다 더 늦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국 간 금리 역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